현대·하나, 약진… "외형 확장"신한·삼성, 제자리… "리스크 관리""경영진 판단 따라 대응 달라"회원수 점유율은 변동없어
-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속에서 신용카드사들이 외형 확장과 리스크 관리의 갈림길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신한·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사는 판촉을 줄이는 등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는 반면 현대·하나카드 등은 기회라고 보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의 선택이 향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롯데‧우리‧하나‧NH·BC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총 57조5263억원으로 전달보다 2.5% 늘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의 개인 신용판매액이 11조994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6% 증가하며 선두를 지켰다. 다만 시장 점유율(M/S)은 9월 19.02%에서 10월 18.89%로 0.13%포인트(P) 줄었다.
이어 현대카드가 11조9억원으로 6.1% 늘며 시장점유율 17.32%로 2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현대카드가 2위를 차지한 건 6년여 만의 일로, 시장점유율이 전달(16.71%)보다 0.61%나 늘었다.
이어 삼성카드(17.13%), KB국민카드(14.57%), 롯데카드(9.00%), 우리카드(7.05%), 하나카드(6.25%), NH농협카드(7.15%), BC카드(2.64%) 등의 순이었다.
통상 개인 신판 취급액은 회원 가입수와 함께 시장점유율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한다. 이 때문에 개인 신판 취급액이 증가했다는 건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통해 외형 확대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카드와 함께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인 곳은 하나카드였다. 하나카드의 개인 신용판매액은 3조9668억원으로 전달보다 8.2%나 늘며 점유율도 0.33%p나 올랐다. 통상 카드업계에서 시장점유율을 1% 올리려면 수천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점유율 변동에는 마케팅 비용을 새로 투입했다기보다는 다른 카드사들이 판촉을 줄이면서 반사이익을 본 측면이 크다. 최근 들어 조달금리가 오르면서 역마진 우려가 커지자 일부 카드사들은 캐시백, 무이자 할부 혜택 등을 줄이며 판촉을 줄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카드는 자동차 할부 캐시백을 지난 9월 1.0%에서 지난달 0.8%로 줄였다. 삼성카드도 같은 기간 1.0%에서 0.7%로 낮췄고 롯데카드는 0.5%로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반면 하나카드는 지난 9월에도 업계 최고 수준이던 1.1%의 캐시백 비율을 10월에도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카드도 0.8%의 캐시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현대카드는 모그룹인 현대기아차를 캡티브 시장으로 보유하고 있어 자동차 할부 시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카드사가 조달금리가 오르면서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출혈경쟁을 줄이려고 혜택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 카드사들이 혜택을 줄이니 그대로 유지만해도 반사이익을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시장점유율을 판단하는 또다른 기준인 개인 신용판매 회원수 점유율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이를 잘 보여준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8개 전업 카드사의 개인 신용판매 회원수는 5572만3000명으로 전달(5579만4000명)에 비해 1.3%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카드사별 점유율은 신한카드(20.0%), 삼성카드(17.9%), KB국민카드(16.6%) 등이 변동없이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고 현대카드가 16.4%에서 16.6%로 다소 올랐다. 하나카드도 7.5%에서 7.6%로 0.1%p 증가하는데 그쳤다.한편 시장점유율 등 외형성장에 집중한 경영전략이 실제 회사의 순이익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지난 3분기 현대카드의 당기순이익은 685억원으로 전년 동기(521억원) 대비 31.5%(164억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현대카드 관계자는 "10여년 전부터 데이터 사이언스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분야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해오고 있어 순이익이 타사보다 적은 면이 있다“"며 "이렇게 투자해온 데이터 사이언스와 AI가 전 사업 영역에 적용되면서 취급액 및 연체율, 탈회율 등에서 성과가 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3분기 순이익은 각각 1522억원과 1395억원으로, 현대카드의 2배가 넘는다. 현대카드보다 점유율이 낮은 KB국민카드조차 현대카드보다 순이익이 110억원 많은 상황이다.업계 한 전문가는 "카드업계 전반적으로 자산건전성을 집중 관리하고 무이자 할부 혜택 축소를 통한 지출 비용 절감, 연체율 관리 등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투자를 통한 외형확대나 내실경영 등은 각 회사의 상황과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