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미래운용, 1년간 ETF 시장 점유율 각각 2.2%‧1.0% 감소같은 기간 KB‧한투‧한화 등 약진…신한운용 점유율 2배 성과전문가 "ETF 시장은 파이 뺏기 아냐…규모 지속 성장할 것"
  • ▲ ETF 운용사별 순자산가치총액, 일평균거래대금 ⓒ한국거래소
    ▲ ETF 운용사별 순자산가치총액, 일평균거래대금 ⓒ한국거래소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양분하고 있던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내 균열이 가고 있다. 

    삼성과 미래를 제외한 중소형 운용사들이 양강 구도를 깨기 위해 공격적으로 움직인 결과 '판 흔들기'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0월 말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41.7%로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점유율도 37.1%에서 36.1%로 1.0%포인트 줄었다.

    두 대형 운용사가 81%가량을 차지하던 시장 비중이 77.8%로 줄어든 셈이다.

    반면 대다수 중소형 운용사들의 점유율은 상승했다. 지난 1년간 KB자산운용의 ETF 점유율은 7.1%에서 8.1%로 1%포인트 올랐다. 이밖에 한국투자신탁운용(4.0%→4.7%), 한화자산운용(1.9%→2.5%), 신한자산운용(0.9%→1.8%) 등도 점유율이 일제히 상승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2.1%→1.6%)과 키움투자사산운용(2.5%→2.4%)의 점유율이 소폭 하락한 것을 제외하면 모든 중소 운용사들의 점유율이 높아졌다. 다만 NH아문디운용과 키움운용마저도 ETF 순자산총액(AUM)은 상승해 유의미한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운용업계에선 이와 같은 중소형사들의 약진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한다. 비록 삼성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의 양강 구도가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균열을 내는 데는 성공했다는 설명이다.

    한 운용사 본부장은 "외부에서 봤을 때 크지 않은 성장세로 느낄 수 있겠지만, 그간 몇 년간 중소 운용사들이 기울였던 노력이 뚜렷한 성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삼성‧미래운용을 따라잡을 순 없겠지만 나름대로 각 사의 특색을 잘 살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중소형 운용사들은 올해 저마다의 개성을 살린 상품들을 시장에 선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KB운용의 경우 다양한 테마형 ETF를 발 빠르게 출시하며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회사의 ETF 수탁고는 2년 만에 약 62%가량 늘어나 9조원을 돌파했다.

    실제 3개월 이내의 고금리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상품인 'KBSTAR머니마켓액티브' ETF의 경우 출시 6개월 만에 순자산이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선보인 'KBSTAR AI&로봇' ETF도 인기를 끌고 있다.

    회사는 내년에도 반도체, 2차전지, 로봇, AI, 메타버스 등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로 성장하는 산업과 관련된 ETF를 지속해서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이른 시일 내 점유율 두 자릿수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투운용도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ETF를 지속해서 출시한 결과 올해 순자산이 5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ETF 브랜드를 기존 KINDEX에서 'ACE'로 리브랜딩한 이후 투자자 맞춤 상품을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실제 회사는 리브랜딩 이후 ▲ACE 글로벌반도체TOP4 Plus SOLACTIVE ETF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 ETF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 ETF ▲ACE 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 ETF 등 국내외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이밖에 한화운용과 신한운용도 신상품 ETF 출시에 열을 올린 결과 유의미한 성장세를 거둘 수 있었다. 이들은 특히 기존 시장에 존재하지 않던 차별화된 상품 공급을 위해 노력했다.

    업계에선 이와 같은 중소형 운용사들의 약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ETF 시장의 규모가 지속해서 확대되는 만큼, 서로의 파이를 뺏기보단 함께 성장하는 동시에 점유율을 점차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운용사 본부장은 "국내 ETF 시장이 최근 100조원을 돌파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본다"라며 "운용사들은 내년에도 기존 시장에 존재하지 않던 신상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보수 인하 경쟁, 마케팅 경쟁 등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