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ASML, 1조 투자 韓 R&D센터 구축 맞손

삼성전자와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기술을 연구하는 시설을 한국에 세운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피터 베닝크 ASML 회장과 함께 네덜란드 남동부 벨트호벤에 위치한 ASML 본사를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박춘섭 경제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이번 MOU를 통해 삼성전자는 ASML과 공동으로 1조원을 투자해 국내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 센터를 설립·운영한다”며 “R&D 센터는 차세대 EUV를 기반으로 초미세 제조 공정을 공동 개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이날 방문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동행했다. 삼성전자와 R&D센터 구축에 이어 SK하이닉스-ASML간 협력, 정부간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 등도 추진키로 했다.

SK하이닉스는 ASML과 EUV 도입이 확대됨에 따라 EUV를 친환경적으로 활용해 에너지 소모량을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와 관련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번 삼성전자-ASML간 협력 발표는 치열해지는 반도체 초미세화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우위를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SK하이닉스와 ASML이 공동 기술개발에 성공해 보다 친환경적인 반도체 장비 생태계가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국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첨단 반도체 아카데미는 ▲첨단반도체 분야 공정 기술 관련 특강 ▲반도체 솔버톤(Solve-a-thon) ▲글로벌 기업 현장 방문 등을 정규 전문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2024년부터 2월 에인트호번공과대학에서 시작될 첨단반도체 아카데미는 향후 5년간 총 500명 규모의 양국 대학원생이 상호 방문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양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선도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과 빌럼-알렉산더르 국왕은 간담회에 앞서 웨이퍼에 서명하고 베닝크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시설을 직접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ASML 피터 베닝크 회장 외에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사업책임자, 로제 다센 최고재무책임자, 써니 스탈네이커 수석부사장과 안드레아스 페처 Zeiss SMT 회장 등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들과 정부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우리 측에서는 반도체 업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 지난 11일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위해 네덜란드로 출국했다. 양국이 1961년 수교한 이래 최초로 이뤄지는 우리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국빈방문의 가장 큰 목표는 양국의 반도체동맹 구축, 전략적동반자관계 심화라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네덜란드는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로 꼽히며 독일에 이은 2대 유럽 교역국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공개된 AFP통신과 서면 인터뷰에서 "'반도체 협력'은 이번 순방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이라며 "반도체는 한·네덜란드 협력관계의 중심축이다. 세계 반도체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양국 모두의 핵심이익과 직결된다"고 언급했다.

ASML을 방문한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정부 소재지인 헤이그로 이동해 상·하원의장 합동 면담,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단독면담, 공동기자회견, MOU 서명식 및 총리 주최 정부 오찬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비즈니스 포럼 일정 및 문화공연에 참석한 뒤 14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