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5점도 '중저신용' … 700점 아래 저신용자는 여전히 문턱 밖인뱅 대출 61%는 고신용자, 포용금융 성적표와 체감 괴리부실채권 매각 2년 새 3배, 포용 확대와 건전성 사이 딜레마숫자보다 중요한 건 평가모형 … 대안신용 고도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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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출 30% 목표를 채웠지만 신용점수 700점 이하 차주는 여전히 문턱 밖에 머물고 있다. 포용금융이 숫자로는 확대됐지만 정작 가장 취약한 차주는 배제되는 착시가 커지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는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모두 당국 목표치 이상으로 맞췄다. 평균잔액 기준 토스뱅크가 34.7%로 가장 높았고 카카오뱅크 32.3%, 케이뱅크 31.9% 순이었다.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도 카카오뱅크 45.6%, 토스뱅크 34.5%, 케이뱅크 33.6%를 기록했다. 겉으로 보면 인터넷은행이 출범 당시 내세운 포용금융 역할을 이행한 성적표다.

    숫자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당국이 관리하는 중저신용자는 KCB 신용평점 하위 50%인 875점 이하다. 800점대 차주도 중저신용자로 분류된다. 반면 은행권 여신 현장에서는 신용점수 700점을 전후로 연체 가능성과 예상 손실이 빠르게 높아진다. 위험가중자산과 충당금 부담도 이 구간부터 커진다. 은행이 가장 꺼리는 차주는 875점 이하 전체가 아니라 700점 아래 차주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상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받은 4월 말 기준 신용점수 구간별 은행 신용대출 현황에서도 이 간극은 드러난다. 인뱅 3사의 700점 이하 차주 신용대출 잔액은 3조 5000억원으로 전체 28조 8000억원의 12.1%에 그쳤다. 반면 901~1000점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61%에 달했다. '중저신용 30%'라는 숫자와 달리 대출의 중심축은 여전히 고신용자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인터넷은행 입장에서도 700점 이하 차주를 적극적으로 품기 어렵다. 중저신용 대출을 늘릴수록 연체와 부실채권 부담이 뒤따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인뱅 3사가 지난해 매각한 대출채권은 2178억원으로 전년 1862억원보다 17% 늘었다. 2023년 695억원과 비교하면 213.3%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세 인터넷은행의 대출 증가율 24.1%를 크게 웃도는 속도다.

    은행별로는 토스뱅크가 103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케이뱅크 845억원, 카카오뱅크 294억원 순이었다. 중저신용자 대출 가운데 매각 채권이 차지하는 비율도 상승했다. 케이뱅크는 2023년 0.36%에서 지난해 1.86%로 뛰었고 토스뱅크는 0.9%에서 1.4%, 카카오뱅크는 0.05%에서 0.22%로 올랐다.

    포용금융 확대가 부실의 외주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뱅 3사가 지난해 매각한 대출채권 가운데 1173억원, 53.9%는 대부업체와 유동화전문회사로 넘어갔다. 은행권 안에서 관리되던 부실채권이 대부업체나 유동화전문회사로 이전되면 차주의 추심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출 공급 확대가 금융 사다리를 복원하기보다 연체자를 더 거친 시장으로 밀어내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책의 모순도 선명하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가계대출 총량과 건전성 관리도 압박하고 있다. 은행은 비율을 맞춰야 하지만 부실은 줄여야 한다. 이 구조에서는 가장 위험한 차주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700~800점대 차주를 선별하는 유인이 커진다. 포용금융이 혁신 여신모델이 아니라 숫자 맞추기 경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중저신용 30%는 맞출 수 있는 숫자지만 700점 이하 차주를 제대로 평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비율만 압박하면 은행은 결국 부실을 피할 수 있는 중저신용자를 고르게 되고, 포용금융도 통계상 성과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