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2013년 절판마케팅 기승지난해 10조의 두배 수준"일시에 빠져나갈 경우 유동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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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만기 도래 예정인 저축성 보험의 해지환급금이 20조원을 넘어서면서 벌써부터 보험사들의 유동성 우려가 나오고 있다.

    10여년 전인 2013년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절판 마케팅'으로 팔았던 5%대 고금리 저축성 보험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경기침체로 인해 저축성 보험 계약 해지가 늘어나는 것도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안에 만기가 되는 저축성 보험은 48만4723건, 20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다.

    이미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생명보험사들은 만기 해지된 저축성 보험 25만245건에 대해 10조7738억원을 지급했다. 지난해보다 더 많은 더 많은 저축성 보험이 만기가 돼 돌아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저축성 보험 해지환급금이 늘어난 이유는 10년 전인 2012~2013년 일시납 보험 비과세 한도가 2억원 이하로 낮아지는 세제개편안을 앞두고 절판 마케팅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보험사들은 은행 수신금리가 3.0~3.7%라는 점을 고려해 5%가 넘는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대규모로 판매했다. 실제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성 보험 신계약 건수는 2012년 230만3823건, 2013년 168만9394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현재 시중은행 예금금리가 4%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기가 된 저축성 보험을 해지하고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만기 전 해지되는 저축성 보험까지 고려하면 해지환급금 규모는 더 늘어난다. 생보사들은 올해 1~9월 만기 전 해지된 저축성 보험 82만1504건에 24조686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기간 만기 해지된 보험보다 약 2.5배 많은 수치다. 경기침체와 고금리로 인해 자금 압박 수요가 계속되자 손해를 감수하고 보험을 해지하는 '불황형 해지'가 늘어난 결과다.

    업계 한 전문가는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만기 전 해지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저축성 보험이 일시에 해지될 경우 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생보사들은 앞서 2022년 하반기 자금유출이 크게 증가, 자금확보 여건이 악화되며 유동성 위험을 경험한 바 있다. 당시엔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채권시장이 크게 경색되기도 했다.

    게다가 저축성 보험의 경우 보장성 보험에 비해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지만 금리가 내려갈 경우 보험사들은 역마진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최근 보장성 보험의 매출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 계약을 많이 판매한 곳은 만기가 도래하는 시점에 막대한 자금이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며 "올 한해 보험사 실적은 유동성 리스크 관리 역량이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