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수출 요충지 호르무즈 해협서 군사충돌고유가=호재 아냐… 정제마진 축소·소비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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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정유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15일 외신 등에 따르면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 등 중동 지역에서 군사 작전이 잇따라 전개되며 하락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지난 12일(현지시간) 기준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하는 1월물 브렌트유는 전날 대비 1.14% 상승한 배럴당 78.2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엔 4%대까지 상승해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했다.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79.03달러, 72.68달러로 일제히 상승세를 그렸다.최근 하향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미국·영국 등 서방 연합군이 예멘 후티 반군을 상대로 대규모 공습에 나서면서 다시 요동치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이란 해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 유조선 세인트 니콜라스호를 나포하고 이튿날 미군과 영국군이 예멘 내 후티 반군의 근거지에 보복 군사작전을 개시하면서 갈등은 고조되는 추세다. 미군은 13일에도 후티 반군 기지에 추가 공격을 실시했다. 향후 추가 공습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들은 수출 원유 대부분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보낸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2%에 달해 높은 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동산 원유 수입을 1년 동안 20% 가까이 늘렸다.이곳에서 분쟁 장기화된다면 유가가 치솟는 것은 시간문제다. 영국 재무부는 이번 사태가 길어질 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달러 이상 오르고 천연가스 가격도 25% 인상할 것으로 내다봤다.유가상승이 반가울 정유사들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세계 경기 호황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나 원유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등 원가를 뺀 것)이 올라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공급 불안으로 유가가 오를 경우라면 정제마진도 같이 축소돼 오히려 악재라는 것.또 고유가가 길어지면 소비 심리가 쪼그라들며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실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2012년의 경우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국내 정유사는 영업이익이 반토막 나는 등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정유업계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추가 행동에 나설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최악의 경우인데, 현실화될 경우 정유업뿐 아니라 항공, 해운, 건설 등 산업계 전반에 매우 큰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한편 정부는 전날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 민간 정유사 4사와 함께 긴급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내 석유·가스 수급 현황과 유가 영향을 점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