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양사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14개 필수 신고국 중 미국만 남아일부 美노선 국내 LCC 이관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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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해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조건부 승인을 결정하며 양사 합병 작업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이제 기업결합 심사는 미국 한 곳만 남은 상태로, 미주노선 배분을 통한 독과점 우려가 해소되고 있는 만큼 상반기 내에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이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 EU는 대한항공이 정식신고서를 제출한 2023년 1월 이후 엄격한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 1년1개월여 만에 승인을 결정했다.

    양사 기업결합 심사에 유독 까다로운 잣대를 요구한 EU의 문턱을 넘으면서 초대형 항공사(메가캐리어) 탄생이 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이후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의 필수 신고국 중 단 1개 국가, 미국을 마지막 관문으로 두게 됐다.

    미국 법무부는 앞서 지난 2022년 11월 양사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시간을 두고 추가로 검토하겠다며 심사 기한을 늦춘 바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운행하는 미주노선이 많은 만큼 독과점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기 위해 심사 기간을 연장한 것으로 보인다.

    미주노선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한항공 매출의 29%를 차지한 주력 라인이다. 미국은 한국-미주 5개 여객노선(샌프란시스코, 호놀룰루, 뉴욕, LA, 시애틀) 노선에 대해 양사 통합에 따른 경쟁제한을 우려한 바 있다.

    EU의 양사 기업결합 승인이 미국 심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미국 경쟁당국과 미주노선에 대한 슬롯 분배를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승인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해왔고, 상당 부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선 양사 합병에 따른 화물사업의 독점 우려는 이미 해소된 상태다. 화물부문 독과점 문제는 EU가 앞서 대한항공에 시정조치를 요청했고,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을 분리 매각하는 방안으로 결론을 도출하면서 해당 문제가 해결됐다.

    여객 부문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에어프레미아가 호놀눌루, 뉴욕, LA에 이미 운항 중이고, 오는 5월 샌프란시스코에 취항 예정인 점 등에서 긍정적 결과가 예상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에어프레미아에 B787-9를 대여하는 등 미주노선 배분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미국은 2단계 심사를 진행 중으로, 6월 말 심사 절차를 마무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이 우려해온 미주 5개 노선에 대해 이미 경쟁환경이 복원된 만큼 무난한 승인을 얻어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완료되면 세계 10위권의 대형 국적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이와 함께 양사의 LCC 자회사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통합한 ‘대형 LCC’도 탄생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이번 EU 경쟁당국의 승인을 기점으로 미국 경쟁당국과의 협의에 박차를 가해 조속한 시일 내에 기업결합 심사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올 상반기 미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으면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연내 화물사업을 매각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모든 절차가 끝나면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제3자 배정방식으로 참여해 1조5000억원을 투입, 지분인수를 완료하게 된다. 이후 2년간은 각자 브랜드로 운영하면서 브랜드·전산·마일리지 등 통합 작업을 거쳐 단일 브랜드로 거듭날 계획이다.

    한편 앞서 EU 경쟁당국은 양사 통합 시 화물사업부문과 여객 4개 노선에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의 화물부문 매각을 결정했고, 유럽 4개 노선에 대해서는 티웨이항공이 신규 진입하도록 기재와 인력을 지원키로 하는 등 방안을 마련해 승인을 얻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