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2차례, 현대·삼성 각각 1차례 사망사고인력부족 속 수주잔고 늘면서 리스크 더 커져매년 수천억 안전 예산 불구 원천 차단 어려워
  • 올해 들어 국내 대형 조선소에서 4차례에 사망 사고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 사이클 회복에 수주물량은 쌓이는데 인력난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사고 위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오는 19일 일과 내내 중대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설 명절 기간 벌어진 사망 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지난 12일 오후 6시55분 울산시 동구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9000톤급 부유식 원유 생산설비(FPS)를 이동하는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이 숨졌다. 함께 작업하던 50대 남성은 중상을 입었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하청업체 직원으로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 원인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울산조선소는 50인 이상이 상시근로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 ▲ 지난 12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현장ⓒ울산소방서
    ▲ 지난 12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현장ⓒ울산소방서
    지난달 18일에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60대 용접공이 작업 중 계단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3m 높이에서 떨어진 작업자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 중 사망했다.

    지난달 12일에는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 폭발 사고로 20대 하청업체 직원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달 24일에도 조선소 안벽에서 이물질 제거 작업을 하던 잠수부가 의식 불명으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연이은 사망 사고에 조선업계는 침통한 분위기다. 수년간 적자 불황을 딛고 선박 수주를 잔뜩 받아온터라 압박감은 더 무겁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감은 늘었는데 인력난은 지속되고 있다"며 "사고가 벌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앞세워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전국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울산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경영책임자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조 측은 "안전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무재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조선 3사는 매년 막대한 예산은 안전 및 보건에 쓰고 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3300억원을 책정했고, 한화오션 3200억원, HD현대중공업 3085억원이 안전관리에 투입됐다. 올해는 예산을 더 늘려 1조원이 넘는 비용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반영된 예산은 추락방지 시설 등 안전설비 확충과 노후 장비 교체, 위험 기계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는데 스인다. 안전 및 보건 교육에도 활용된다. 그럼에도 하청업체의 과도한 일감 몰아치기, 외국인 등 비전문인력 활용 등 악습이 반복되며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과거 불황기 때 숙련공들이 떠난 빈자리가 중대재해로 돌아왔다는 시각도 있다.

    과도한 경영자 처벌이 사고를 예방하는데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874명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46명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KBS와 특별대담에서 "법시행 이후 지금까지는 실증적으로 긍정적인 결과가 없었다"며 "처벌강화와 책임범위를 넓히는게 실제 사고를 줄이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면밀히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정착된 하청업체와의 공생관계를 깨버리기도 어렵다. 사업 수주에 따라 생산이 결정되는 사업 특성상 건조하는 배마다 공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규 고용으로는 타산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한 조선업계에 위기감이 번지는 이유다. 장연주 경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적 차원에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원하청 노사간 파트너십을 강화해 노동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