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30년' 이문구 부사장, 'CEO 리스크' 덜 적임자영업실적·재무성과 모두 안정적…M&A 작업 본격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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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생명이 이문구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CEO 리스크' 덜어내기에 나섰다. '동양맨' 이문구 내정자는 흔들리는 조직을 안정화하는 한편, 호실적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M&A(인수합병) 기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26일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동양생명은 29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지난해 12월 승진한 이문구 부사장의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이문구 대표이사 내정자의 당면한 첫 과제는 지난해부터 논란이 돼 온 'CEO 리스크' 해소로 보인다.앞서 금융감독원은 동양생명이 최저입찰가보다 4배 높은 27억원을 들여 서울 장충테니스장 사용권을 확보하면서 테니스장 운영비 대부분을 보전해주는 등 회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고 사업비를 불합리하게 운용한 사실을 적발했다.게다가 금감원은 객관적인 근거 없이 집행된 저우궈단 대표의 사택 지원비나 사업비 등의 예산 증액 문제도 문제 삼았다.'CEO 리크스'가 불거지자 노동조합도 저우궈단 대표 때문에 회사가 '비리의 온상'이 됐다면서 사퇴를 요구했다.동양생명은 저우궈단 대표의 취임 이후 대내외적으로 이런저런 잡음에 휩싸였다. 특히 잦은 조직개편과 인사 그리고 한국 기업문화와 업권 특성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쌓여왔다.그러던 중 장충테니스장 운영권 문제, 예산 증액 문제 등이 연이어 발생하며 퇴진 압박이 더욱 거세졌고, 저우궈단 대표는 결국 임기(2025년 1월)를 1년 이상 남기고 사의를 밝혔다.◇ 정통 '동양맨' 이문구, 조직 안정화-신뢰 회복 과제동양생명에서만 30년 넘게 일해온 이문구 내정자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셈이다. 내홍을 겪은 회사 이미지와 노조와의 관계를 어떻게 개선하느냐는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매각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이 내정자는 1992년 동양생명에 입사해 사업단장, 제휴전략팀장, CPC부문장, 영업부문장 등을 거치고 CMO(최고마케팅책임자)에 올랐다. 누구보다 동양생명을 잘 아는 만큼 현재 직원들의 불만과 우려를 달랠 적임자로 알려졌다.특히 2017년까지 대표직을 수행한 구한서 사장 이후 7년 만에 한국인 대표를 내정한 것도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정통 '동양맨'으로 불리는 이 내정자를 앞세운 '쇄신 카드'로 조직 안정화와 신뢰 회복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동양생명은 2013년 동양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뒤 2015년 9월 중국 안방보험에 매각되면서 국내 최초의 중국계 보험사가 됐다.지난해 말 진행된 임원추천위원회에서도 "(이 내정자가) 명확한 논리적 관계를 통한 실행, 우수한 사업추진능력, 동양생명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대표 선임을 앞둔 이 내정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취임 전인 만큼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공유되지 않고 있지만, CEO 리스크를 벗어던진 만큼 대외 신뢰 회복과 더불어 수익성 강화 및 M&A 등 과제를 풀어나갈 것으로 보인다.동양생명 측은 "소통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는 분이고, 현재 내부적으로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취임 전이라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유되지 않고 있지만, 정식 취임하면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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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재무안정성 앞세워 M&A 본격화 전망이 내정자는 공식 취임 후 내부 분위기 수습과 대외 신뢰 회복을 해결하면서 M&A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동양생명은 지난해에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매물로서의 매력도를 높였다. 지난해 처음 적용된 새 회계제도 도입 이후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큰 폭의 실적 개선세를 나타냈다.최근 발표한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동양생명의 순이익은 전년 740억원에 비해 265% 급증한 196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0조원에서 3조원으로 68.4% 줄어들었으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299억원에서 3343억원으로 259% 늘어났다.앞서 동양생명은 지난 2022년 순이익과 영업이익이 각각 73.1%, 60.9% 줄어들면서 부진에 빠졌었다.이후 실적 반등을 위해 체질 개선을 선언하고 새 회계제도 도입에 맞춰 보장성 상품 판매를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보험사의 핵심 미래이익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위해서는 만기에 보험금을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 보험'보다 환급금 없이 보장과 혜택만 제공하는 '보장성 보험'의 판매 비중을 높이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실제 동양생명의 보험료 수입 가운데 보장성 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2.1%로, 전년동기 40.8%에 비해 21.3%p 증가했다.특히 건강·종신상품 신계약 판매가 늘어나면서 보장성보험의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가 전년대비 75.2% 증가한 4879억원을 기록했고, 누적 신계약 CSM은 같은 기간 26.2% 늘어난 5609억원, CSM 잔액은 8.4% 증가한 2조5748억원을 각각 달성했다.재무건전성 역시 튼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3분기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183%로 보험업법이 규정하는 100% 이상은 물론, 금감원 권고 기준 150%도 웃돈다.게다가 이 수치는 지급여력제도 변경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수치다. 현재 M&A 시장에서 입찰이 진행됐거나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보험사 4곳(ABL, KDB생명, MG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중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곳은 없다. KDB생명과 MG손해보험의 경우는 경과조치를 적용하더라도 지급여력비율이 150%에 미치지 못한다.업계 한 관계자는 "동양생명의 경우 예상가격이 비싸지만, 수익성이 안정적이고 건전성 강화를 위한 원매자의 추가 투자 부담이 사실상 없다"며 "가용현금이 많고 비이자수익 확대를 원하는 금융지주들에는 높은 순위로 고려될 잠재 매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