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 주주제안 않기로… “긴급한 사안 없다 판단”공개서한 내용 상당수 수용… 현정은 회장 사임 등 쉰들러와 연대 가능성 낮아… “당분간 관망”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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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엘리베이터
    KCGI자산운용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별도의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결정, 그 배경에 시선이 쏠린다. KCGI가 향후 어떤 행보에 나설지도 관심사다.

    6일 재계에 따르면 KCGI자산운용(이하 KCGI)은 올해 현대엘리베이터 정기 주주총회에서 별도의 주주제안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8월 지배구조 개선과 중장기 수익성 개선을 요구하며 이사회에 공개 주주서한까지 보냈던 것과 비교하면 한층 누그러든 행보다. 

    KCGI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가 요구했던 것들이 앞으로 잘 이행되는지 지켜보고 정기주총 때 소액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면서도 “긴급히 별도로 주주제안해야 할 사안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KCGI의 이 같은 결정은 현대그룹이 KCGI의 주주서한을 일부 수용하면서 적극적 주주활동의 명분이 없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현대엘리베이터는 대대적 기업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바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현대엘리베이터는 등기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 

    그는 당시 “최근 사회전반에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인식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현대엘리베이터 또한 업계 선도기업으로서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핵심가치에 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사임배경을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보유하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24만5540주(5.74%)를 전량 매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이사회 중심 경영이라는 선진국의 방식을 도입했다는 평가를 얻었다. 

    또한 배당확대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환원책도 시행키로 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향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현금배당 또는 자기주식 취득‧소각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회성으로 발생하는 이익의 일정 비율을 현금배당과 자기주식 취득‧소각에 활용키로 했다. 벌어들이는 이익과 상관없이 주당 500원의 최저배당금도 설정했다. 

    KCGI가 당초 제시했던 요구안 상당수를 수용한 셈이다. KCGI는 공개서한을 통해 현정은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선과 중장기 수익성 개선 전략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현 회장의 과다 연봉과 과도한 겸직, 이해관계 상충 등을 문제 삼았다. 

    여기에 올해 들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정책으로 기업들이 스스로 주주환원책 강화에 나서고 있는 점과 동시다발적인 주주제안과 캠페인만으로는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주주환원책을 끌어내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KCGI의 행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대강 대결보다 기업 가치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로 대화·행동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굳이 날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KCGI가 추후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현재 KCGI는 ‘코리아증권투자신탁1호’, ‘코리아스몰캡증권투자신탁’ 등 펀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2%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KCGI와 다국적 승강기 기업 쉰들러와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KCGI는 작년 11월 22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쉰들러홀딩스 등 주주는 KCGI자산운용과 같은 주주라고 생각한다”면서 “기업가치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생각을 같이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쉰들러가 과거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온 만큼 양측의 연대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쉰들러는 작년 6월말부터 기존 보유하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소폭 매각하며 발을 빼는 모양새다.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처분에 나선 것은 약 10년 만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지분을 꾸준히 매각하면서 작년 6월 말 16.2%였던 쉰들러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은 현재 11.22%까지 낮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홀딩스컴퍼니와 현대네트워크가 보유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율 합계는 25%로, 쉰들러와 13%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 상황”이라면서 “쉰들러의 주식 매각이 지속되면서 KCGI도 힘을 잃고 있어 당분간은 관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