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7개, 해외 3개… 2나노 선점CAPEX, 340억~380억달러… 6% 상향삼성·SK도 적극 투자3분기 누적, 삼성 30兆·SK 10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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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가 내년 최대 380억달러(한화 약 53조원)를 투자해 10개의 신규 공장 건설에 나선다. 폭증하는 인공지능(AI)칩 수요에 맞춰 반도체 생산능력(캐파)을 강화하고 주도권을 수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내년 총 10개의 공장 건설에 나선다. 대만 7개, 해외 3개다. 기존 건설 중인 공장과 신규 건설 공장을 모두 포함한 숫자다. 

    구체적으로 보면 대만 공장은 신주와 가오슝에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공정 공장을 짓고, 과학원구와 자이 등에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와 같은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한다. 해외 공장은 일본 구마모토, 미국 애리조나, 독일 드레스덴에 생산시설을 증설하거나 신규로 세운다. 

    이에 따라 내년도 TSMC의 자본적지출(CAPEX)은 340억달러에서 최대 380억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시장 안팎에서 전망하던 내년 설비투자금액 320억~360억달러와 비교하면 약 6% 가량 상향조정된 수치다. 올해 설비투자액 280억~320억달러와 비교해도 최대 14.3% 증가한 금액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기존 최대 설비투자금액은 2022년 362억9000만달러였다. 

    TSMC가 1년간 10개의 공장을 짓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TSMC는 지난 2020년부터 꾸준히 생산능력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2020년 6개, 2021년 7개, 2022년 3개, 2023년 4개 등에 불과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도 10개의 공장을 동시에 건설하는 것을 두고 유례없는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TSMC의 공격적인 생산능력 확대는 폭증하는 AI칩 수요에 따른 영향이다. AI 반도체는 첨단 미세공정을 주로 활용하는데, 전 세계에서 주문이 밀려들며 현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TSMC의 3나노 파운드리 생산능력은 올해 들어서만 이미 전년 대비 3배 수준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3나노 파운드리 양산 초반 물량 부족 사태로 고객사들이 위탁생산 주문을 맡기기 어려웠던 전례를 반복하지 않고자 2나노 공정에 선제적 공격 투자를 단행 한 셈이다. 실제 TSMC 2나노에 대한 고객 수요는 상당한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을 비롯해 엔비디아, 인텔, 미디어텍 등이 TSMC 2나노 공정에 칩 생산을 맡길 것으로 전망된다. 

    즉, 차세대 파운드리 초미세공정 격전지인 2나노 공정 고도화와 생산능력 확충 등을 통해 경쟁사들과 격차를 더욱 벌린다는 구상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시설투자 금액으로 삼성전자(DS) 30조3111억원, SK하이닉스 10조5300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삼성전자는 2년 연속 30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했고, SK하이닉스는 4조1980억원에서 2배 이상 늘렸다. 

    양사는 향후에도 공격적 생산능력 확대를 통한 수요 증가에 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8년까지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전체 투자액의 약 80%인 82조원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분야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5년간 20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공장 ‘M15X’,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 등을 HBM 생산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내년 HBM 생산량을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에 투입되는 금액도 기존 170억달러로 440억달러로 대폭 늘렸다. 전날에는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단지 ‘NRD-K’을 열고 203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해 차세대 반도체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