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신한카드보다 영업익 앞서…순이익 간극도 좁혀낮은 조달비용으로 이자비용 낮추고, '무수익·저수익' 사업 정리'짠물경영'으로 이익은 선방…전체 영업기반 줄이는 역효과 발생삼성금융 유일 마이데이터 사업자…신성장동력 '모니모' 활성화 필수
  • ▲ 삼성카드. 사진=권창회 기자
    ▲ 삼성카드. 사진=권창회 기자
    삼성카드가 '업계 1위' 신한카드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탄탄한 건전성을 기초로 조달비용을 비교적 낮게 가져감으로써 수익성 측면에서 간극을 좁히면서다. 특히 '짠물경영'으로 표현될 정도로 무수익‧저수익 사업을 과감하게 줄이기도 했다.

    다만 '선택과 집중'을 통한 포트폴리오 정리 과정에서 전체 몸집이 줄어들었다는 부작용이 남았다. 실제 신한카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모니모'의 활성화가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25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의 영업이익은 모두 2조40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카드의 영업이익은 8100억원으로, 업계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나머지 카드사를 포함하더라도 삼성카드의 순위는 유지될 전망이다. 

    삼성카드는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영업이익에서 신한카드를 앞질렀다. 2022년 삼성카드는 848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신한카드(7650억원)를 큰 차이로 누리고 영업이익 1위 카드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삼성카드는 근소한 차이로 신한카드(8032억원)의 영업이익을 제쳤다.

    순이익 측면에서도 삼성카드가 신한카드를 맹추격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621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고, 삼성카드는 6094억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순이익 차이는 124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223억원보다 좁혀진 수치다.

    두 회사 모두 전년대비 순이익이 감소했지만, 신한카드의 감소폭(-3.51%)이 더 컸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는 2.05% 줄어드는 데 그쳤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4곳의 전체 순이익이 전년 1조4243억원에서 11.7% 감소한 1조2562억원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평이다.

    삼성카드 호실적의 핵심요인은 낮은 조달비용이다. 지난해 삼성카드의 이자비용은 4860억원으로, 전년 4332억원에 비해 1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지주 카드사들의 평균 이자비용이 같은 기간 4146억원에서 5908억원으로 42.4%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3분의 1에 불과한 셈이다.

    실제 삼성카드의 조달금리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평균 조달금리가 2.67%로, 전년대비 0.3%p 상승에 그쳤다. 이는 카드업계 최저 수준일 뿐만 아니라 증가폭도 다른 회사를 크게 밑돈다. 

    지난해 3분기 7개 전업카드사의 평균 조달금리는 3.05%로, 1년새 0.74%p 상승했다. 두 번째로 조달금리가 낮은 우리카드(2.75%)도 증가폭이 0.61%p에 달했으며 나머지 5개사는 모두 3%가 넘는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다.

    카드사의 경우 자체적인 수신 기능이 없어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모두 여신전문금융회사채 형태로 채권시장에서 조달한다. 채권금리가 높아질수록 자금조달비용도 뛰는 만큼 카드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결국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경쟁사들보다 얼마나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가 카드사들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 발생이 미미한 대표적인 '무수익 저수익' 사업을 축소했다. 기존에는 신용카드로 국세·지방세, 4대 보험 등을 납부한 회원에게 6개월 이상의 무이자 할부를 지원했지만, 지난해부터 중단했다.

    또한 일시불 신차 구입시 일정금액을 돌려주는 자동차 캐시백 비율도 0%대까지 낮췄다.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것이다.

    삼성카드 측은 "선제적 자금조달과 만기 분산 등 지속적인 비용효율화 노력으로 이자비용과 판매관리비용 등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며 "내실경영 기조로 자동차, 세금 등 저수익 취급고를 줄이는 등 수익성에 집중해 포트폴리오를 개선한 것도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 ▲ 삼성카드. ⓒ뉴데일리경제 DB
    ▲ 삼성카드. ⓒ뉴데일리경제 DB
    이 같은 선제적인 조달구조 관리와 내실경영 등 '짠물경영'으로 실적 방어에는 성공했지만, 영업기반 전반이 축소되는 부작용도 뒤따라왔다.

    비우호적인 업황 속에서 극단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보전했지만 영업자산(28조원)은 전년대비 2.8% 줄어들었다.

    전체 자산의 61.2%에 달하는 신용판매자산이 지난해 17조원으로 전년대비 5.5% 줄었다.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자산과 할부·리스자산은 각각 26.6%, 14.7% 감소했다. 영업기반 자체가 크게 축소된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카드의 경우 지난해 영업수익(4조원)이 1년새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신용판매를 제외하면 할부·리스부문의 수익이 9.1%나 감소한 데다 대출부문의 수익성도 약화했기 때문이다.

    반면 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신용판매 외에도 할부·리스부문의 수익이 크게 늘었다. 이에 영업수익이 1년새 11.4% 증가했으며 수익 규모(5조원)도 삼성카드를 크게 앞서고 있다. 향후 조달금리가 안정화되면 신한카드의 수익성이 삼성카드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안정지향적' 삼성카드, 리스크 관리 넘어 '모니모'서 성과 가시화해야

    삼성카드의 과제는 리스크 관리를 넘어서 신규 사업에서의 실적을 가시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카드의 경우 데이터·플랫폼 등 사업으로 수익창출 단계에 이른 신한카드나 애플페이를 선제 도입해 이목을 끈 현대카드와 비교하면 다소 안정지향적이다.

    일단은 데이터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마이데이터 사업자인 삼성카드는 최근 삼성금융 계열사 통합 플랫폼 '모니모'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모니모의 이용률이 부진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기준 12월 모니모의 월간 활성사용자 수(MAU)는 약 270만명이다. 삼성금융 회원 수(3300만명)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모니모는 삼성카드를 중심으로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을 모아 만든 통합 플랫폼으로,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개인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다양한 통계·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다양한 이벤트나 타 삼성 금융사와의 연계를 통해 이용자 수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점유율을 끌어올리기에 부족하다는 평이다. 이에 올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도 "최근 금융업의 경계가 없어지고 타 업권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플랫폼과 데이터의 경쟁력이 필수가 됐다"며 "모니모를 삼성금융을 대표하는 플랫폼으로 도약시키고 데이터 기반의 차별적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민간소비 둔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모니모 플랫폼이 삼성금융계열사의 위상에 비하면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데이터 부문의 약진은 올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