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부터 저축銀‧카드‧대부업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빗장 걸어연체율 증가‧건전성 우려 탓… 중‧저신용자 신불자 전락 위기 전문가 "인뱅 중금리대출 목표 높이고, 인센티브 제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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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들의 대출이 꽉 막히면서 사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물가와 경기불황에 연체율이 오르면서 금융사들이 일제히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비중을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를 취지로 탄생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신용대출 문턱을 높였고, 2금융권인 저축은행마저 연체율 악화로 대출 빗장을 단단히 걸었다.결국 중‧저신용자들은 연 15%가 넘는 고금리에도 카드론‧현금서비스로 발길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조이고 있어 취약계층의 ‘돈맥경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2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일반신용대출 평균 신용점수는 926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915.2점)와 비교해 10.8점, 전월(918.4점) 대비 7.6점 높아졌다.은행별로는 △우리은행 939점 △하나은행 932점 △신한은행 930점 △NH농협은행 922점 △KB국민은행 907점이었다. 국민은행을 제외한 각 은행들은 전년동기 대비 평균신용점수 14~32점이 상승했다.5대 은행이 올해 1월 신규 취급한 가계 신용대출 중 금리가 7% 이상인 중금리대출 비중은 평균 13.8%로 전년동기 대비 12.8%포인트 쪼그라들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민간 중금리 대출 금리 상한 기준을 최저 연 6.79%로 보고 있다.민생·상생금융을 내세운 은행들이 연체율 상승 등을 이유로 고신용 차주들을 위주로 대출을 내주고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면서 정작 중·저신용자들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중금리대출 대안으로 떠오른 인터넷은행 역시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였다.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에서 평균 7%대였던 저신용자(KCB 기준 신용점수 650∼601점) 대상 신용대출 금리가 올해 2월 9%대로 올랐다.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3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카카오뱅크 30.4%, 케이뱅크 29.1%, 토스뱅크 31.5%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만 목표치(30%)를 달성했고, 케이뱅크(32%)와 토스뱅크(44%)는 미달했다.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목표치를 일괄 완화해줬다. 중‧저신용자에 대한 연체율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포용금융 사명을 띄고 설립된 인터넷은행의 취지가 무색해졌다.저축은행들도 조달비용 부담과 연체율 악화 등으로 중·저신용자의 급전 수요를 외면하고 있다.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축은행의 민간 중금리 대출(사잇돌대출 제외) 규모는 6조15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42.9%(4조6244억원) 줄었다.민간 중금리 대출은 저축은행 자체적으로 신용 하위 50% 차주에게 일정 수준 이하의 금리로 공급하는 상품을 이른다.같은 기간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 건수도 39만1506건으로 전년 대비 37.4%(23만4364건) 감소했다.은행과 저축은행에서도 대출이 막힌 중‧저신용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연 15%가 넘는 고금리 카드론, 현금서비스로 발길을 돌렸다.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사 9곳(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올 1~2월 개인 고객의 카드론·현금서비스 이용액은 총 16조 5443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5%(8002억 원)가량 증가했다.마지막 급전 창구인 카드대출 이용이 급증하는 것은 중‧저신용자들의 상황이 그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카드사들은 연체율 악화를 이유로 카드론마저 서서히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여기에 제도권 내 최후의 수단인 대부업도 연체율 상승과 법정최고금리 제한으로 수익구조에 부담이 가중돼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결국 중·저신용자들은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인터넷은행 중금리대출 목표를 늘리고, 저축은행에게는 중금리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온다.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은행들의 중금리대출 목표를 늘리고 대출 목표액도 평잔기준이 아닌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중금리대출을 잘하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영업저변 확대 혜택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활용해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