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1곳이 응대할 평균고객 도봉구 1.8만명, 중구 2천명영업점 수 자치구 경제규모 따라 격차…고령층 접근성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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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도봉구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지난달 중순 금융업무를 보기 위해 노원구 중심가에 위치한 시중은행을 찾았다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평일 오후 2시께 방문한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아보니 대기인수만 46명, 평균 대기시간이 231분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점에서 안내를 도와주던 직원에게 대기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하소연하니 돌아온 대답은 “평소와 비슷하다”였다. A씨는 4시간 가까이 마냥 기다릴 수 없어 결국 금융업무를 포기하고 은행을 떠났다.은행권 점포 폐쇄가 가속화한 가운데 점포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도 자치구에 따라 양극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강남과 중구, 종로구 등에 비해 중랑구와 도봉구 등은 은행영업점 1곳이 응대해야 할 평균 고객수가 9배나 차이난 것으로 확인됐다.3일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은행의 영업점 축소와 금융 접근성: 서울 자치구별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후반 2300개가 넘었던 서울 지역의 은행 영업점 수가 지난해에는 1392개로 줄어들었다.그 결과 2007년만 해도 인구 만명당 2.3개였던 영업점 수는 지난해 1.5개로 감소했다. 절대 인구 수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인터넷‧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금융 활동 증가로 지점을 찾는 고객 수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은행의 영업점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서 자치구별 격차는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지난해 서울에서 영업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223개)로, 2위인 서초구(127개)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많았다. 만명당 영업점 수는 중구가 9.1개로, 중랑구(0.6개)보다 15배 이상 많았다.문제는 자치구별 격차가 인구가 아닌 경제규모(지방세)에 비례한다는 점이다.2022년 기준 지방세액이 5조원에 육박하는 강남구의 영업점은 229개로 가장 많았지만, 지방세액이 3000억원 미만인 강북구와 도봉구는 영업점 수가 각각 18개에 불과했다.은행영업점 1곳이 응대해야할 잠재적 평균 고객수의 경우 도봉, 중랑구는 1만8000명인 반면 중구와 종로구는 2000명 미만으로 9배나 차이났다.2007년부터 지난 15년간 영업점별 평균 고객 수는 도봉, 강북구에서 65% 이상 증가했고, 관악구에서는 77% 증가했다. 반면 강남과 서초, 종로구의 증가폭은 53% 미만이었다.경제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일수록 은행방문을 위해 더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더 오래 대기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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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영업점 주요 방문 고객이 고령층인데 영업점이 많이 줄어드는 지역의 고령층 증가 비율이 더 가파르다는 점이다.지난 15년간 강남, 서초, 송파구에서 영업점 당 70대 이상 고령층의 비율은 3배가량 증가한 반면 강북과 도봉, 관악, 구로구에서는 4배 이상 증가했다.김상배 연구원은 “강북, 도봉, 관악구 주민이 은행 지점에서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강남, 송파, 서초구 주민보다 더 많은 육체적 노력(이동거리)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면서 “특히 이런 양극화 현상을 영업점 방문이 잦은 70대 이상 고령층에서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영업점 양극화와 고령자들의 금융접근성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은행들이 영업점 관리에 있어 지역별 접근성 격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앞서 지난해 4월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 폐쇄 내실화 방안’을 내놓고 점포 폐쇄로 인한 금융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영업점포 폐쇄를 결정하기에 앞서 ‘대체 점포’를 마련토록 했다. 또 기존 연 1회 실시 중인 점포 폐쇄 관련 경영공시가 연 4회로 확대됐다.그러나 디지털 전환과 비대면 금융 확대라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 속 대안을 찾기에는 역부족인 현실이다.김상배 연구위원은 “공공재적 성경이 있는 은행들이 지난 십수년간 예대마진에서 비롯된 고수익을 거둔 만큼 자산과 자본 규모만 고려해 영업점을 관리할 게 아니라 사회환원 관점에서 영업점을 유지하고 고령자들을 배려하는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