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가장 악성도 높은 4등급으로 분류의료 현장, 드라마와 달리 CAR-T 치료제 활용 안해수술 후 방사선·약물 병용 치료 일반적HLB테라퓨틱스, 차바이오텍, 코오롱제약 등 치료제 개발 중
  • ▲ 눈물의 여왕에서 홍해인이 섬망 증상을 겪는 모습. ⓒ눈물의 여왕 화면 갈무리
    ▲ 눈물의 여왕에서 홍해인이 섬망 증상을 겪는 모습. ⓒ눈물의 여왕 화면 갈무리
    tvN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방영되는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1~7일 430만 시청수(Views·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면서 넷플릭스 시리즈 비영어 부문 2위에 올랐다. 누적 시청시간은 5370만시간으로 비영어 부문 톱10 콘텐츠 중 압도적 1위다.

    그러면서 드라마 속 주인공인 ‘퀸즈그룹’의 퀸즈백화점 사장 홍해인(김지원 분)이 앓고 있는 질환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클라우드 세포종’이라는 병명으로 나오지만 의료계에서는 ‘교모세포종’을 모델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종양이 특정 부위에 집중되기보다 넓게 퍼져있고 홍해인이 이따금씩 겪는 섬망 증상과 기억력 상실 등의 증상이 유사하다.

    앞으로 종영까지 6화만을 남겨둔 눈물의 여왕에서 홍해인이 교모세포종을 극복하고 해피엔딩으로 끝맺음할 수 있을까. 

    교모세포종은 뇌 조직에 있는 신경교세포에서 발생하는 뇌종양이다. 두통이 가장 흔한 증상이며 구토와 어지럼증, 인격 및 지적 기능 장애, 보행장애, 언어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종양 악성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구분하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교모세포종을 가장 악성도가 높은 4등급으로 분류한다. 서울대학교 암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매년 1만2000명의 뇌종양 환자가 발생하는데 교모세포종 환자는 연간 약 630여명이 진단받는다.

    드라마에서 홍해인은 기대여명이 3개월이라는 판정을 받고 독일에 있는 병원을 찾아 CAR-T(카티, 키메라 항원수용체 T세포)를 활용한 치료를 시도한다. 하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교모세포종 치료에 CAR-T 치료제를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다.

    CAR-T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면역세포)를 분리추출해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변형한 뒤 다시 환자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급성백혈병과 림프종 등 혈액암에서는 치료효과가 높지만 교모세포종과 같은 뇌암 등의 고형암 치료제로는 아직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경남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종양혈액과 교수는 교모세포종 치료법에 대해 수술로 종양을 최대한 제거한 뒤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 치료를 병용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설명했다.

    고 교수는 “교모세포종에서 CAR-T 치료를 적용하려는 시도는 수년 전부터 이루어져 왔고 일시적으로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대부분 환자에서 다시 재발을 하기 때문에 현재 현장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해외의 일부 병원에서는 CAR-T 치료제를 교모세포종에 적용하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승인받은 교모세포종 치료제로는 머크의 ‘테모달’과 로슈의 ‘아바스틴’이 있다. 세계적으로 2005년부터 수술 후 방사선 치료와 테모달을 병용하는 것이 교모세포종 표준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테모달을 지속 사용하거나 아바스틴을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지만 두 치료제 모두 장기 사용하면 내성이 발생해 종양이 재발하는 사례가 많아 새로운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다.

    고 교수는 “표준치료법을 모두 시행하더라도 평균 생존기간은 1~2년이며 5년 생존율은 10% 미만으로 교모세포종은 악성 뇌종양 중 가장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면서 “현재 다양한 표적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향후 더 나은 신약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 교모세포종 발생 부위에 따른 증상. ⓒ서울아산병원
    ▲ 교모세포종 발생 부위에 따른 증상. ⓒ서울아산병원
    국내에서는 HLB테라퓨틱스, 차바이오텍, 코오롱제약 등이 교모세포종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중에서는 HLB테라퓨틱스의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미국 신약개발 자회사 오블라토를 통해 재발성 교모세포종 후보물질 ‘OKN-007’과 테모달을 병용하는 방식의 개발을 진행 중이다. 교모세포종 환자 5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시험 단계에 있다. 환자 투여를 모두 마친 뒤 데이터를 분석 중인데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암연구학회(AACR2024)에서 중간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OKN-007과 테모달 병용요법의 6개월 무진행 생존율은 23.6%로 기존 치료제 임상시험 통합 분석결과 13%의 1.8배 수준으로 분석됐다. 완전관해(암 세포가 모두 사라진 상태)도 나타나는 등 12개월 생존율은 38.9%, 24개월 생존율은 15.1%로 나타났다. 

    차바이오텍은 고형암 면역세포치료제 후보물질 ‘CBT101’을 교모세포종 치료제로 개발할 가능성을 확인 중이다. CBT101은 2022년 3월 국내 임상 1상 시험을 종료한 상태다.

    차바이오텍은 지난 2월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내년부터 국내에서 첨단재생의료 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CBT101의 임상 1상 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교모세포종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코오롱제약은 지난 3월 신약개발 전문기업 에스트리온과 교모세포종 치료제 후보물질 ‘AON-MG23’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2025년 하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신청하는 게 목표다.

    현실에서라면 홍해인으로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OKN-007과 테모달 병용요법 임상 시험에 참여해 완전관해가 나타나기를 기대하거나 첨단재생의료 치료가 가능한 해외에서 차바이오텍의 CBT101을 투여하는 게 마지막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