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유열 부사장, 롯데바이오 글로벌 수주 과제오리온 담서원 전무, 리가켐 ADC 역량 확대에 무게일반 제조업과 생태계 다른 바이오, 지속적 투자가 관건
  • 대기업들이 오너 3세를 바이오분야 책임자로 유지시키며 힘을 싣고 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바이오분야 성과가 이들의 리더십 평가에 잣대가 될 전망이다.

    정부가 바이오를 제2 반도체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가운데 대기업의 미래먹거리에서 바이오는 핵심 분야로 꼽힌다. 다만 기존의 제조업 생태계에 익숙한 대기업이 바이오의 특수성을 이해하고 성과를 도출하기까지 인내심을 가질 수 있을지는 과제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비상 경영에 돌입한 롯데그룹은 최근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계열사 대표 21명을 교체하고 임원 규모를 13% 축소했다.

    이런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는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해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신 부사장은 2020년 일본 롯데 입사 이후 2022년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와 롯데파이낸셜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현재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고 있다.

    롯데는 바이오헬스분야에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다. 바이오는 롯데바이오로직스, 헬스케어는 롯데헬스케어로 양분된다. 하지만 롯데헬스케어는 사업을 청산하는 과정에 들어갔다. 

    롯데지주는 100% 자회사인 롯데헬스케어 법인 청산과 관련해 24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2022년 4월 출범한 이후 야심차게 내세운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영향이 컸다.

    반면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여전히 '수주 0건'에 머물러 있지만 그룹의 지속적인 지원 아래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제임스 박 전 지씨셀 대표이사 사장을 영입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초대 대표이사였던 이원직 사장에 이어 제임스 박 대표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이라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에 대한 노하우를 갖춘 인재를 통해 빠른 성장을 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신 부사장이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맡고 있는 만큼 제임스 박 대표와의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제약사 수주를 얼마나 성사시킬 수 있을지가 리더십 평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 담서원 상무는 최근 전무로 승진했다. 입사 3년 5개월 만의 전무 승진이라는 점에서 경영권 승계가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담 전무는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한 후 1년 5개월 만인 2022년 12월 인사에서 경영지원팀 상무로 승진했다. 이후 2년 만에 다시 전무로 승진한 것이다. 

    담 전무는 오리온그룹의 사업전략 수립과 관리, 글로벌 사업 지원, 신수종 사업 등 경영 전반에 걸쳐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계열사로 편입된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얀센에 2조2500억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공시켰다. 리가켐바이오는 최근 차세대 항암 신약으로 부상한 항체-약물접합(ADC) 분야 강자로 꼽힌다. 

    오리온이 리가켐바이오를 활용해 글로벌 ADC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바이오분야는 그룹의 전폭적 지원에도 성과를 내기까지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점은 숙명적 과제다. 막대한 비용과 인력,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 돼도 성공을 장담하기 힘들다. 오너 3세들이 짊어진 짐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