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순익 2437억→2191억원으로 감소보수적 충당금 적립-조달비용 부담…수익성 저하연체채권비율-부실채권비율 모두 악화…손실흡수력도 불안'수익성 반등' 기업·투자금융-리테일 등 '포트폴리오 확장' 속도
  • ▲ 캐피탈. ⓒ연합뉴스
    ▲ 캐피탈. ⓒ연합뉴스
    4대 금융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알려진 캐피탈사들의 1분기 순이익이 1년새 10% 감소했다. 부동산 PF 리스크로 인한 충당금 설정과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1.5배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고금리로 인해 차주들의 채무상환 속도가 더뎌지면서 손실흡수능력마저 낮아졌다. 각 사는 기업·투자금융 혹은 리테일(소매)금융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서 수익성 제고에 열을 올리고 있다.

    2일 4대 금융그룹의 경영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금융 계열 캐피탈 4사의 1분기 순이익은 모두 21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동기 2437억원에 비해 10.0% 줄어든 반면 전분기 761억원에 비해서는 187% 뛰었다.

    4개사 중 KB캐피탈만 전년동기 469억원 대비 31.3% 증가한 616억원의 실적을 거뒀고, 나머지 △신한캐피탈 -30.2%(922억→643억원) △우리금융캐피탈 -10.0%(390억→330억원) △하나캐피탈 8.23%(656억→602억원) 등은 모두 감소했다.

    이들 실적이 감소한 것은 부동산 PF에 대한 여파로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본PF 전환이 안 되는 브릿지론에 대해 결산시 예상손실 100%로 인식해 충당금을 적립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캐피탈사들이 충당금을 대거 적립하면서 PF 부실에 대응하고 있지만, 우려 목소리는 여전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부동산 PF 리스크 관련 2금융권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캐피탈사들이 부동산 PF 위험 익스포저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자기자본대비 브릿지론 부담 수준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유동성 대응 계획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게다가 보수적으로 쌓은 충당금 외에 고금리 여파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도 수익성 악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개사의 이자비용은 모두 1조6409억원으로, 전년 1조387억원에 비해 57.9% 불어났다. △하나캐피탈 78.2%(2927억→5218억원) △KB캐피탈 57.4%(2731억→4301억원) △신한캐피탈 50.9%(2266억→3420억원) △우리금융캐피탈 40.9%(2461억→3469억원) 순이다.
  • ▲ 캐피탈. ⓒ현대캐피탈
    ▲ 캐피탈. ⓒ현대캐피탈
    뿐만 아니라 4개사의 지난해 말 연체액은 모두 7205억원으로, 전년 5124억원에 비해 40.6% 불어났다. 조달금리가 높아지면서 금융상품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고, 이로 인해 고객의 채무상환 부담이 빠르게 증가한 영향이다.

    이 기간 연체채권비율은 △신한캐피탈 0.92%p(0.99→1.28%) △우리금융캐피탈 0.66%p(0.98→1.64%) △KB캐피탈 0.45%p(1.97→2.42%) △하나캐피탈 0.43%p(0.61→1.04%) 등으로 악화했다. 이 비율은 총대출채권 대비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비율을 뜻한다.

    고정이하여신(NPL)비율도 같은 기간 △신한캐피탈 0.81%p(0.93→1.74%) △KB캐피탈 0.71%p(2.05→2.76%) △우리금융캐피탈 0.63%p(1.22→1.85%) △하나캐피탈 0.32%p(0.70→1.02%) 등으로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의 원화 유동성비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현금 곳간이 쪼그라든 것이다. 원화 유동성비율은 만기 3개월 이내의 단기부채나 예금에 대해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비율로, 금융당국에서 권고하는 기준은 100%다.

    원화 유동성비율이 200%를 웃도는 곳은 신한캐피탈이 유일하다. 2022년에는 하나캐피탈을 제외한 3곳 모두 200%를 상회했다. 신한캐피탈은 전년 409% 대비 150%p 감소에도 258%를 기록했다. △KB캐피탈 54%p(206→151%) △우리금융캐피탈 50%p(205→154%) △하나캐피탈 -4%p(149→144%) 등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기업금융·투자금융 집중 혹은 리테일 강화…수익성 제고 '총력'

    캐피탈사들은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 손실흡수능력이 저하되자 수익성 강화를 위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신한캐피탈은 소매금융자산을 줄이고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0년 신한금융그룹은 그룹 사업을 재편하면서 신한캐피탈이 보유했던 1조원 규모의 자동차 및 소매금융자산을 신한카드에 넘기고 신한캐피탈은 투자 및 기업금융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했다.

    KB캐피탈도 성장세를 견인한 자동차금융에다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자산을 늘리고 포트폴리오를 더욱 다각화해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특히나 자동차금융에서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는 만큼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자산을 늘리게 되면 실적 증대에 탄력을 더할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

    우리금융캐피탈 역시 강점을 지닌 자동차금융부문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자산을 늘려 실적 개선을 꾀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해 신기술금융 투자를 강화하기 위해 신성장금융부를 새로 만들고 바이오, 2차전지, 신재생에너지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하나캐피탈은 올해 기업·투자금융보다는 할부금융, 리스금융 등 리테일금융에 영업의 무게중심을 둔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미뤄지는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부동산 PF 관련 부실 우려가 커지는 만큼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리테일금융에 집중하면서 리스크와 실적을 동시에 관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캐피탈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PF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캐피탈 입장에서는 기업금융 쪽에서는 투자금융이나 신성장 산업 등을 확대하거나 자동차금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균형적으로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