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 韓금융 진출 "성적은 좋지 않지만 공세는 이어진다"中, 카카오페이‧토스 등 간편결제 시장 진출해 고객 정보 빼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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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對) 한국 공략에 대한 대응이 시대 과제로 떠올랐다. 중국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문에 걸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 수법이 중층적이고 교활하다. 때론 은밀하게, 필요할 땐 노골적으로 야욕을 드러낸다. 중국은 한국을 전세계에 걸친 초한전(超限戰·모든 한계를 초월하는 무제한 전쟁)의 첫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바로 이웃한 한국을 통해 초한전 역량을 시험하고 완성시켜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충돌이 "글로벌 대리전 양상을 갖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의 한국 경제 침투와 그에 따른 후폭풍, 대응 방안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중국은 한국의 금융산업 침투를 위해 다각도로 움직이고 있다.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들은 광범위한 개인 및 기업 정보를 다루고 있는데 중국의 한국 금융 침투는 자칫 재앙과도 같은 정보 보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중국은 이미 지난 2010년대 초반 막강한 자본을 무기로 한국 금융사 '쇼핑'을 해왔다. 중국 주요 은행들도 대부분 한국에 진출한 상태다.중국 자본이 한국 금융시장 전체를 장악할 정도는 아니지만 은행, 보험, 간편결제 등에 걸쳐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차이나 머니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은 예전에는 선진금융기법을 벤치마킹하려는 의도가 강했지만 이제는 기술 격차가 좁혀지면서 상호 보완적 관계보다는 상호 경쟁적 관계가 심화되는 추세다.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자본 침투뿐만 아니라 국내 정보 보안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어 언제든 국내 금융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야금야금 공략한 차이나 머니, 간편결제 삼켜 … 정보 보안 치명타중국 금융사의 국내 시장 진출은 1990년대부터 시작했다. 현재 중국은행, 공상은행, 건설은행, 교통은행, 농업은행, 광대은행 등 6개 중국 주요 은행이 국내서 영업 중이다. 주로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한국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진 못했다.차이나 머니의 본격적인 진출은 2010년대다. 당시 초고속 성장을 이룬 중국의 금융사들이 한국 금융사를 사들였다.한때 중국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경영권까지 노렸다. 안방보험은 우리금융그룹 소수지분 4%를 인수해 이사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동양생명을 인수했고, 이듬해 알리안츠생명(현 ABL생명)을 품었다.그러나 영토확장에 무리하게 뛰어든 탓에 안방보험은 급격한 부실화를 겪었고, 결국 지난해 파산했다. 안방보험이 품에 안았던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현재 우리금융이 인수를 추진 중이다.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차이나 머니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중국의 최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 텐센트는 특수목적법인(SPC)인 ‘스카이블루럭셔리투자’를 통해 2016년 카카오뱅크 설립 당시 공동 발기인으로 참여하며 40억원을 투자했다.이후 유상증자 등에 참여해 총 917억원을 투입, 카카오뱅크 지분 3.72%를 확보했다. 중국 앤트그룹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도 케이뱅크 출범 때 주주로 참여했다.중국의 ICT 기업들은 국내 간편결제 시장으로 침투 영역을 넓히며 이사회까지 장악했다.알리페이는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토스 등과 기술 제휴를 맺고 해외 결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카카오페이는 단순 기술 협정을 넘어 앤트그룹을 2대 주주로 두고 있다. 앤트그룹은 한때 카카오페이 지분을 43.9%까지 보유했으며 현재는 32%를 갖고 있다. 토스의 결제를 대행하는 PG사(전자결제대행사)인 토스페이먼츠도 앤트그룹을 2대 주주(지분 37.7%)로 두고 있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지난해 8월 카카오페이는 고객 개인신용정보를 소비자 동의 없이 중국 앤트그룹 계열사 알리페이에 넘긴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2018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6년여에 걸쳐 4000만명이 넘는 고객의 카카오 계정 ID,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거래내역 등 개인신용정보 542억건이 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금감원은 카카오페이 현장검사를 통해 "카카오페이가 그간 고객 동의 없이 고객신용정보를 중국 대주주에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카카오페이는 애플 앱스토어 결제를 위해 관련 정보를 애플에 전송했는데 이때 중계 업무를 담당한 곳이 알리페이였다.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국외로 이전하려면 당사자 동의를 받아야 함에도 카카오페이는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결국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월 개인정보보호법상 국외 이전 규정 위반 혐의로 카카오페이에 과징금 59억6800만원, 애플에 과징금 24억500만원과 과태료 220만원을 각각 부과했다.금융권 관계자는 “간편결제를 통해 공과금과 세금 납부부터 기차‧비행기표까지 구매하는 상황에서 중국으로 고객정보 유출은 심각한 내부통제 미흡과 정보보안 침해 우려로 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국내 금융사, 중국 자본 침투 경계해야전문가들은 중국 자본이 더 적극적으로 국내 금융시장 문을 두드릴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방보험의 동양‧ABL생명 인수 사례처럼 중국 자본이 한국 금융시장에 진출한 경우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파산한 경우도 있다”면서 “이는 중국 자본의 한국 금융 진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했다.그러면서 “한국은 대체로 중국 자본이 진출하기에 복잡한 금융 환경과 규제를 가지고 있고 이미 투명한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지 연구위원은 향후 중국의 국내 금융시장 진출 전망에 대해 “앞으로 중국 자본의 실물 투자가 한국에 더 많이 이뤄질 것이며, 이에 따른 금융 투자도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투자은행 형태의 영업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고, 대규모 금융 기관의 직접적인 진출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국내 금융사들이 중국 자본의 침투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이지용 계명대 인문국제대학 교수(전 국립외교원 교수)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중국 금융시장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운영되는 만큼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지고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중국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에 들어오는 경우 단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게다가 중국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중국 기업들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며, 한국 금융 시장이 타깃이 될 경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이어 “중국 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은 단순한 투자라기보다는 복잡한 정치·경제적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하며 한국의 금융기관과 정부는 이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충분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