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내 수입물가 올해 최고치커피와 소고기 각각 46.7%·15.6%↑정부 물가대응 초점 '외식물가 잡기'로인건비·공공요금 부담에 다각도 대책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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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악재로 인한 고유가 흐름과 미국 금리인하 지연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서 국내 수입 물가가 올해 들어 가장 크게 올랐다.

    특히 커피와 수입 소고기 등 소비자 선호 품목이 크게 올라 시차를 두고 외식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끼칠 거란 우려가 나오면서 정부의 물가 대응력도 '외식 인플레이션'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원화 기준·2020년 100 수준) 잠정통계에 따르면 4월 기준 수입물가지수는 143.68로 전월(138.31)보다 3.9% 올랐다. 수입물가는 올해 들어 4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는데, 오름 폭은 지난해 8월(4.1%) 이후 가장 크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2.9% 올라 석 달 만에 상승 전환하면서 2022년 12월(8.7%)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영향으로 광산품 등 원재료가 5.5%, 1차금속제품 등 중간재는 3.7%, 자본재 및 소비재는 1.9% 각각 올랐다. 이 중에서도 먹거리 수입 물가가 요동치고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목인 커피(46.7%), 소고기(15.6%) 등 수입 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올랐다.

    최근 과일값 급등으로 농산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부가 납품단가·할인 지원에 긴급 재정을 투입하고 나선 상황에서 이번에는 물가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수입 물가가 오르며 외식물가에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 

    농산물 가격 오름세가 다소 둔화하는 국면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 달 만에 2%대로 떨어졌지만, 정부의 물가 대응 초점이 농축수산물에서 외식물가 잡기 등으로 옮겨가는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가공식품·외식물가 동향과 관련해 "상승 폭이 2022년 하반기 이후 지속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최근 높은 국제유가와 환율 및 코코아두·과일농축액·올리브유 등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일부 제품 가격 상승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중소 식품·외식기업의 식재료 구매 부담 완화를 위한 원료매입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아울러 수입 가공식품 원재료에 대한 할당관세 신규 도입·연장 등을 검토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식품·외식 물가는 소비자 체감도가 높은 분야인 만큼 정부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가 낮은 수준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업계와 지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업계에서도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정부의 물가안정 기조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외식물가는 식자재비 외에도 인건비와 공공요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다각도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직원을 고용하는 식당에서는 상승한 인건비를 음식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며 "고용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그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누적된 한국전력의 적자와 중동 악재로 인한 고유가 상황에서 에너지 가격이 더 오른다면 외식 물가의 상승은 다른 물가와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다. 최 교수는 "정부가 에너지 가격 동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잠재된 변수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시장 경제 체제에서 물가를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외식 업계가 원하는 부분을 들어주는 등 유인책을 통해 물가 안정에 동참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