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최근 보름 사이 세 차례나 "부양책 무용론" 제기'25만원 지원' 위헌 논란 등 추동력 약해지는 분위기역대 경제사령탑, 경제학계 반대 … 국민들도 "싫다"
  • ▲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과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하고 있다. ⓒKDI 제공
    ▲ 김지연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과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하고 있다. ⓒKDI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전망치 대비 0.4%포인트(p)나 올린 2.6%로 상향 조정하면서 '경기부양책'은 필요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또다시 저격한 것이다. 예상보다 좋은 올해 성장세에 소비 회복 추세가 빨라진다면 부양책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만 자극할 우려가 크다는 게 KDI의 반대 근거다. 

    민주당은 경제가 힘들다며 정부 재정에 기대어 성장을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1분기 성장률이 시장 예측치에 두 배 높은 1.3%를 기록한데다 이를 이끈 건 정부가 아닌 민간(기여도 민간 1.3%, 정부 0%)이었다는 점에서도 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KDI는 올해 성장률을 종전 2.2%에서 2.6%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경제전망을 16일 발표하면서 "수출 증가로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긴축 기조가 완화되면 내수도 점차 개선될 수 있어 추가적인 경기 부양의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최근 내수 부진의 요인 분석'에서 물가안정세를 흩뜨리는 대규모 내수 부양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고, 지난 13일 '고물가와 소비부진' 분석에서도 단기적인 부양책은 필요 없다고 주장한 데 이어 보름 사이 세 차례나 분명한 '부양책 무용론'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야당의 '25만원' 부양책은 위헌 논란 등 법적 타당성 논쟁으로 번지면서 추동력이 약해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달 말 22대 국회 개원 즉시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처분적 법률', '특별조치법' 형태의 입법을 준비 중인데, 이게 헌법과 충돌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헌법 54조는 예산 편성권을 정부의 권한으로 정하고 있다. 

    최근 민주당이 전 국민 25만원 보편 지급 계획을 접고 '선별 지급' 카드를 꺼낸 것도 이런 논란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지난 1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예산을 편성하는 정부·여당 입장을 충분히 고려할 용의가 있다"며 어려운 이들에게 지원을 집중하자는 선별 지원 방식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인사는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거부권, 위헌 소송 등 장애물이 수두룩한데다 경제 상황 역시 정부 재정에 기댈 수준으로 나쁘지 않은데, 가뜩이나 세수 부족 상황에서 무리하게 나랏빚을 늘린다는 비판에 따른 후퇴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최근 본지가 인터뷰한 역대 경제사령탑도 한결같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장관을 연이어 역임했던 박재완 전 장관은 "대량 실업이나 전쟁, 코로나처럼 역병이 돌아 국민이 어려운 상황도 아니고, 1분기 성장률이 높게 나온 상황에서 (막대한) 돈이 풀리면 물가를 더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전 세계가 재정 건전성을 복원하기 위한 정상화 경로로 가고 있는데 다시 흘러간 옛날 카드를 꺼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감독위원장과 기재부 장관을 지낸 윤증현 전 장관도 본지 인터뷰에서 "예산 집행권한은 행정부 소관인데, 국회에서 예산 법안 만들어서 집행까지 하면 행정부-입법부 구분이 되겠느냐"면서 "삼권분립에 어긋나고 우리 헌법 정신에도 반하는 짓이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전 국민 25만원 지급을 위해 소요될 예산은 13조원에 이른다. 국가채무가 1100조원을 넘고 세수가 제대로 안 걷혀 국가재정 운용에 비상등이 켜졌는데 과연 현금 살포가 경기회복에 큰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 학계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목소리기도 하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전국민 25만원 지급을 위한) 추경을 편성하면 재정 건전성은 더욱 나빠지고, 그러잖아도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힘든 국가·가계에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돈을 공짜로 준다는데 국민 여론도 냉랭하다. 이달 2일 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민생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48%)는 응답이 '찬성'(46%)보다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