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율 60% 육박 … OECD 회원국 중 1위경영활동 위축 … 정부, 상속세 개편 검토추진野, 부자감세 프레임과 상속세 폐지 의견 공존
  • ▲ 강남 테헤란로 일대 모습 ⓒ뉴시스
    ▲ 강남 테헤란로 일대 모습 ⓒ뉴시스
    정부와 재계를 중심으로 상속세 완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부자감세라며 반대하는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상속세 개편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본격적인 논의로 연결될지 주목된다.

    21일 세제당국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는 최고세율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2번째로 높은 50%다. 대주주의 경우 상속평가액에 가산세를 물리고 있어 최대 60%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사실상 OECD 회원국 중 1위다.

    정부 당국은 지나친 상속세 부담에 기업 승계를 포기하는 사례가 잇따른 만큼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산취득세나 자본이득세로 대체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증시 밸류업에 속도를 내기 위한 차원에서도 가업승계 기업에 대한 상속세 완화를 추진 중이다. 

    과도한 상속세로 기업 경영을 포기하거나 집안 다툼으로 번지는 사례는 많다. 실제로 고(故) 김정주 NXC 창업자가 추진하던 비게임 신사업이 최근 대거 정리됐는데, 오너 일가가 10년간 납부해야 하는 상속세 규모가 1조4000억원에 육박하는 만큼 자금 마련을 위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최근 삼성전자 지분 524만7140주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 사장은 1월에도 삼성전자(240만 주)와 삼성물산(120만 주), 삼성SDS(151만 주) 등 계열사 지분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해 총 5586억원을 마련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민관 공동 뉴욕 IR(투자설명회)에서 "기업 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려면 상속세 전체에 대한 개혁은 어렵더라도 가업승계와 관련된 (상속)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도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개편 의지를 보여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소액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오르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어야 한다"며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동안 거론된 상속세 개편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피상속인 기준이 아닌 재산을 물려받는 상속인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매기는 유산취득세와 자본자산의 매각에서 발생하는 이득과 손실에 대한 조세로 별개 상속세 없이, 이를 팔 때만 30%의 과세를 하는 자본이득세 등이다.

    재계에서 상속세를 현행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전환을 원하고, 유산취득세보다는 자본이득세를 갈망하는 이유다. 이준규 경희대 회계사무학과 교수는 "재계에서 주장하는 자본이득세는 사실상 상속세 폐지론"이라며 "현행 상속세가 중복 과세되는 측면이 있기에 (기업인들에게)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높은 상속세는 기업의 공익 활동에도 제약을 걸어놓는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의견도 나왔다. 지난 20일 한경연은 '공익법인 활성화를 위한 상속세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 출연 시 상속‧증여세법상 규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16, 48조)에 따르면 공익법인에 주식 출연 시, 출연하는 주식이 기업 발행주식총수의 10%(대기업집단은 5%, 출연받은 주식의 의결권 미행사 시에는 20%)를 초과하게 되면, 초과하는 가액에 상속·증여세를 과세하고 있다.

    이에 한경연은 현행 공익법인 주식 출연에 대한 세법상 규제가 공익법인 설립 및 활동을 위축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국제 자선단체인 영국 CAF(Charities Aid Foundation)가 발표한 '2023 세계기부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부참여지수는 38점으로 142개 조사 대상국 중 79위에 머물렀다. 기부 중 유산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0.5%(2018년 기준)로 다른 선진국(미국 8%, 영국 33%)에 비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임동원 한경연 책임연구위원은 "공익법인에의 주식 출연 과정에서 과도한 세금 부담을 개선한다면 공익법인의 설립이 늘어나 기부 및 공익 활동이 활발해질 것"이라며 "공익법인은 정부가 세금으로 해야 할 공익사업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세제지원은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나면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상속세 완화에도 제동이 걸릴 거란 전망이 나온다. 입법 주도권을 쥔 야당이 반기업 법안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관련 정책이 뒷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속세 완화에 대해 "윤석열 정부 초부자 감세 시리즈의 마지막 퍼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정부의 초부자 감세 정책으로 나라의 재정은 파탄 위기"라며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다만 부자감세에 회의적인 민주당에서조차 상속세 개정에 조건부 열려있는 시각을 드러내며 개편안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박찬대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속세 개편에 대해 "설익은 여론전보다 제도 시행 효과에 대해 설득력 있는 경험적·과학적 근거부터 제시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총선 전 열린 토론회를 통해 "상속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25% 정도로 낮추면 상속세 세수 확보가 더 많이 될 수도 있다"며 "상속세 일부는 폐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