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어내지 못하는 '비리백화점' 오명…관리·감독 주체 이관론 또 부상지역 민간금융, 제도권 편입 위해 발족…'새마을운동 주도' 내무부 소관금융업 유일 행안부 통제…"서민금융 지원으로 설립, 당국과 긴밀한 협력"거대 금융사-추가 부실 우려-정치적 역학관계 난맥에 금융당국도 '손사래'
  • 새마을금고가 지난해 말 경영혁신안을 발표하고, 60년 만에 첫 직선제로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을 뽑는 등 변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혁신의 첫걸음을 떼기도 전에 국민의 신뢰를 잃는 악재들이 여전히 횡행하면서 '비리백화점' 꼬리표를 좀처럼 떼지 못하고 있다. '지역 서민금융기관'이라는 정체성이 무너진 까닭을 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 ▲ 서울시내 한 새마을금고 230704 ⓒ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새마을금고 230704 ⓒ연합뉴스
    '양문석식(式) 편법대출'로 알려진 작업대출이나 새마을금고 임직원이 연루된 '대출사기' 그리고 공동대출 악용사례인 '쪼개기 대출'까지 새마을금고가 '비리백화점'으로 지목되는 까닭은 차고 넘친다.

    이 때문에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관리·감독 능력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 주체를 행안부에서 금융당국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금융당국은 미비한 관리 시스템에다 정치권과의 복잡한 역학관계 등으로 손사래를 친다. 일각에선 전체적인 감독권 이관이 어렵다면 서민금융으로서의 역할을 위해 건전성과 연관된 부분이라도 당국이 주도적으로 감독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에서 매년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이유로는 각 금고가 개별 사업장 형태로 운영되는 것이 가장 큰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 역시 비리와 부실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새마을금고는 박정희 정부 시절 새마을운동을 근간으로 계‧두레 등 지역 민간 사금융을 제도권에 두고자 발족했다. 새마을금고는 1963년 경남 산청군 하둔마을의 하둔마을금고 등 5개 금고의 조합인 '하둔신용조합'을 효시로 본다. 산업화 시대 초기 서민들이 상호부조를 위해 자발적으로 키운 것이다.

    제도권으로 들어온 때는 1972년이다. 당시 '사금융 양성화 3법'에 근거해 법인 설립에 착수했고, 1973년 새마을금고연합회가 만들어졌다. 당시 맞이한 새마을운동 부흥기와 함께 조직망도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등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이후 1982년 '마을금고를 새마을 이념 실천조직'으로 정의한 '새마을금고법'이 제정됐다. 이때 법적 명칭이 '마을금고'에서 '새마을금고'로 바뀌었다.

    입법 과정에서 내무부(현 행안부)와 재무부(현 기획재정부)가 주무부처 지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다 결국 내무부로 일원화됐다. 당시 정부에서는 내무부가 새마을운동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었다. 신용사업 부분만은 재무부 산하로 두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이 법에 따라 감독권은 재무부에서 내무부로 이관하고 설립 인가권, 제재권, 청산권 등 종합적인 통제를 받게 됐다. 신용공제사업에 대해서만 행안부와 금융위원회가 함께 감독할 뿐이다.

    즉 새마을금고에 대한 '감시의 칼날'은 오직 행안부만 쥐고 있는 셈이다. 금융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가운데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에서 자유로운 곳은 새마을금고가 유일하다.

    ◇오직 행안부만 '감시' 가능…"금융당국과 '긴밀히 협력'할 것"

    다른 상호금융기관들은 주무부처와 감독체계가 분리돼 있다. 농업협동조합은 농림축산식품부, 신용협동조합은 금융위, 수산업협동조합은 해양수산부가 각각 주무부처로 돼 있다. 그러나 신협과 함께 농협과 수협도 신용사업의 감독 권한은 금융위가 쥐고 있다. 때문에 이들 기관은 금융감독원의 수시감사를 받고 각종 경영지표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새마을금고의 경우 행안부의 요청이 있을 때만 이뤄진다. 행안부 장관이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감독을 결정하면 금감원이 나서는 방식이다. 행안부의 인력 부족과 전문성 미비로 위기를 조기에 파악하기도 쉽지 않고, 혹여 부동산PF 부실 등 불안한 흐름이 감지되더라도 금융당국이 선제조치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새마을금고 부실이 터질 때마다 금융당국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모두 흐지부지됐다.

    당장 행안부의 경우 감독권 이관이 서민금융 지원이라는 금고 설립 취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여전히 '긴밀한 협력'만을 강조하고 있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을 면밀히 살펴 국민 신뢰를 받는 새마을금고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 새마을금고. ⓒ연합뉴스
    ▲ 새마을금고. ⓒ연합뉴스
    금융위에서도 신중론이 강하다. 이는 감독권 이관 이후 떠안을 여러 업무와 책임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국적으로 1288개에 이르는 점포를 가진 거대 금융사에 대한 감독을 맡기에는 금융위와 금감원 역시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다. 또 행안부에서 이관에 대해 반대하는 분위기가 강한 가운데 찬성하는 입장을 내비칠 경우 자칫 정부 부처간 '밥그릇 다툼'으로 보일 위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새마을금고가 대출 부실과 임직원 비위 등 여러 문제점을 이미 드러낸 상황에서 감독을 맡게 되면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 하고, 국정감사나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질타를 받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새마을금고 검사를 마음 편하게 나갈 수 있는 실무진이 있을까 싶다"며 "그간 쌓여있던 시스템 미비나 운영상의 허점들을 어디에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감독 권한을 가져온다는 것은 과거에는 일종의 '권력이 커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은 '폭탄 처리반'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국감에서 곤란한 일을 많이 당할 것이라는 현실을 걱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도 아직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기에는 충족해야 할 기준이 많다며 당장 이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보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새마을금고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나 예금자보호법상 금융기관이 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이 많다"며 "감독체계가 갑자기 바뀌면 국민 세금으로 보호막만 만들어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박사는 "금융은 위험 전파속도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상호금융 감독 주체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어렵다"며 "상호금융의 신용사업 관련 건전성, 내부통제 등 일부 분야에 한해 금융당국이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으로의 이관이 복잡한 '정치적 역학관계' 때문에 쉽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새마을금고에서 사건·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금융당국 감시 아래 둬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해서 나왔다"며 "그런데도 관리·감독 권한이 이관되지 못하는 것은 정치적 사유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법상 새마을금고는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됐지만, 금고 조합원의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금고 이사장과 각 지역 국회의원들간의 긴밀한 관계가 유지된다"며 "관리·감독 강화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사장들과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어 법 개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