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큐텐-아마존-알리 거쳐 이번엔 오아시스 인수후보로장기화되는 피로감… 희망퇴직 이후 전부문 경력직 채용 중경질된 SK스퀘어 대표 신규선임 후 매각 논의 본격화 전망
  • “갈수록 분위기이며 상황이며 안 좋아지는 중입니다.”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서 언급된 11번가의 분위기다. 최근 11번가는 유통업계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화두 중 한 곳이다. 강제매각이 기정사실화 된 이후 큐텐, 알리부터 아마존 등의 해외 이커머스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더니 최근에는 새벽배송 플랫폼 오아시스까지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11번가의 분위기가 좋을 수도 없다. SK그룹의 자존심은 고사하고 당장 새로운 주인이 누가될지에 불안감만 커져가는 모습이다.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최근 11번가 인수의향서를 11번가 재무적투자자(FI)에게 전달했다. 아직 이에 따른 공식 회신은 가지 않았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인수 방법에 대한 협상이 한창인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시장에서는 오아시스 자사의 주식과 관계사 주식을 11번가 맞바꾸는 방안이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성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11번가의 몸값이 최소 5000억원 이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오아시스가 향후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더라도 상응하는 가치가 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아시스는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모가 희망 범위를 하회하는 기관투자자의 주문을 받으며 결국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기업가치는 약 6300억원으로 희망가의 절반에 그쳤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IPO 과정에서 몸값을 끌어올리기 위해 11번가 인수를 추진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상황에 가장 피로감을 느끼는 것은 11번가다. 11번가는 SK그룹에서도 계륵 같은 존재가 돼 왔다. 특히 지난달 진행된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비주력 사업의 정리를 기정사실화 하면서 그야말로 ‘내놓은 자식’으로 전락했다. SK그룹이 ‘대기업의 무덤’으로 꼽히던 오픈마켓에 진출해 자리 잡은 지 약 16년만이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큐텐, 알리, 아마존 등 해외 이커머스 플랫폼이 유력 인수후보로 돌아가며 언급됐다는 점도 피로감의 주요 이유가 됐다.

    심지어 결렬됐다는 소문이 퍼지기 무섭게 다시 논의를 재개했다는 말이 퍼지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가기도 했다. 여기에 지난 2018년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오아시스까지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도 좋지 않다. 11번가가 최근 진행한 희망퇴직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상당한 핵심인력의 이탈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11번가는 최근 기업문화, HR, 사내시스템, 엔지니어, 풀필먼트기획, 상품서비스 등 거의 전부문에서 대규모 경력사원 채용을 시작했다. 당장 쓸 수 있는 일손이 필요해졌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 11번가와 비교도 하기 힘든 규모의 오아시스 등장이 반가울 리 없다.

    분명한 것은 어떤 과정을 거치든 11번가의 매각 자체는 피하기 힘든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11번가는 모회사인 SK스퀘어에 한명진 대표가 신규선임 되면서 매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박성하 대표는 지난달 사실상 경질된 바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모회사인 SK스퀘어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강제매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임직원들에 대한 처우나 고용보장의 요구가 매각 조건에 들어갈 수나 있을지 미지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