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 이은 탄핵정국에 지원책 발표 불투명 중국 석유화학 굴기에다 고환율로 원재료 비용 급등전문가 "경쟁력 강화 위한 과감한 구조조정 필요" 제언
-
석유화학업계가 복합적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비상계엄령과 탄핵 여파로 정부의 지원책 실행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정부는 이달 중 석유화학업계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을 방침이었지만 현재로선 발표 시기가 불확실해졌다. 이에 중국 석유화학 굴기에 대응하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11일 관련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달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석유화학 업계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해당 방안엔 중국에 가격경쟁력을 잃은 범용제품 공장 합병방안과 신사업 육성 지원 정책, 금융 및 세제 지원 등 다양한 인센티브 등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롯데케미칼 등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기업들에겐 유동성 확보의 기회를, 범용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에겐 스페셜티 제품으로 전화할 기회를 주는 게 주 골자다.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무위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발표 시점이 불확실해졌다. 또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 방한이 취소되며 석유화학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면담도 무산되는 등 비상계엄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석유화학업계는 중국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상태여서 정부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중동과 인도까지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시황은 악화일로다.석유화학 빅4 중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은 수익성이 크게 후퇴하며 올해 3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흑자 기조를 이어간 금호석유화학도 영업이익 651억원으로 전년대비 22.7% 축소됐다.롯데케미칼은 이달 초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2공장 내 일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기 위한 박스업(철수 전 정리) 절차에 돌입했다. 올해 상반기 페트(PET) 생산 중단에 이어 에틸렌글리콜(EG)과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생산라인도 멈추게 됐다.LG화학도 석유화학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와 에틸렌옥시드(EO), 에틸렌글리콜(EG) 생산라인을 중지한데 이어 전남 여수 공장의 폴리염화비닐(PVC)라인 일부를 고부가가치 스페셜티로 전환하기로 했다.더욱이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으로 정치적 리스크가 확대되며 고환율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석유화학업계는 핵심 원자재인 나프타를 달러로 수입하고 있어 환율이 오를수록 원가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중국산 저가 밀어내기 등으로 인해 제품가격에 원재료 비용 급등을 반영하기도 어렵다.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불황 장기화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이 지연돼 투자계획을 취소, 이연하거나 비핵심사업부를 매각하는 등 자금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부진한 사업실적으로 재무부담이 증가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석유화학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업계도 금융 지원과 인센티브, 공정거래법 규제 유예 필요성도 정부에 전달한 상태다.특히 업계는 적기의 사업 재편을 위해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형평성 문제로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특정 거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1위이거나 시장지배적 사업자 요건(점유율 50% 이상)에 해당할 경우 기업 간 결합을 독과점 행위로 간주해 공정위의 시정 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삼일PwC경영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구조적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구조조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필요하다면 특별법도 제정해 파격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막대한 규모의 취득세와 양도차익에 따른 법인세 유예 또는 면제, 저금리의 정책자금 제공, 통폐합 이후 제기될 수 있는 독과점 문제에 있어 예외를 둬야 원활한 통합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