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마켓-11번가, 신규·승진 임원 제로… '신상필벌' 여파적자 속 쿠팡에 밀리고 티메프 사태, C커머스에 채인 한해지마켓 6월 외부 임원 수혈, 11번가 매각 상황 영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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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요 유통그룹의 2025년 정기인사가 마무리된 가운데 오픈마켓의 분위기는 빈말로라도 좋다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국내 오픈마켓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던 지마켓과 11번가가 승진 임원은 고사하고 신규 임원을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해 두드러진 ‘신상필벌’의 인사 기조 속에서 쿠팡과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공세에 밀린 오픈마켓이 그야말로 찬밥이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계열사 지마켓과 SK그룹 계열사 11번가는 그룹 2025년 정기 임원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승진 임원과 신규 임원이 0명이었기 때문이다. 

    신세계그룹과 SK그룹이 ‘신상필벌’ 기조 속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인사를 단행한 것을 고려해도 이례적인 조치였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지마켓은 임직원이 약 1000명, 11번가는 1200명 규모로 이커머스 업계 중에선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비슷한 이커머스 업종에서 SSG닷컴이 1명의 신규 임원을 배출하고 롯데온이 2명의 신규 임원을 탄생시킨 것과도 비교된다. 

    여기에는 각사의 사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마켓은 지난 6월 수시인사를 통해 대표이사와 2명의 본부장을 외부영입한 바 있어 내부 승진 인사의 필요가 줄었다. 11번가는 지난해 모회사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 이후 강제매각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점이 특수성으로 작용했다.

    다만 근본적으로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오픈마켓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이커머스 시장을 주도해오던 오픈마켓은 쿠팡의 등장 이후 안방을 내어주며 이커머스 시장 경쟁에서 밀려나는 중이다. 

    시장 상황은 올해 더욱 안 좋아졌다. 쿠팡이 안정적 1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C커머스인 알리익스프레스가 빠르게 치고 올라오며 오픈마켓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올해 7월 큐텐 산하 이커머스인 티몬-위메프의 정산 중단 사태도 악영향을 미쳤다. 판매자들이 오픈마켓에서 이탈하면서 지마켓과 11번가 마저 부진을 면치 못한 것.

    지난 3분기 양사 모두 매출 감소와 함께 적자가 이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실제 지마켓은 2021년 신세계그룹에 인수된 이후 단 한번의 영업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고 11번가는 2019년 반짝 흑자를 기록한 이후 만성적인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양사 모두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한 쿠팡이나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C커머스와 직접 경쟁할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입점을 통해 판매자가 직접 판매하는 오픈마켓의 한계점도 주효했다. 

    결국 최근 ‘신상필벌’의 인사기조가 두 오픈마켓의 승진 제로 인사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이 알리 등 글로벌 플랫폼에 밀려서 올해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라며 “티메프 사태 등도 악영향을 끼쳤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