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오더 설치 2022년 2만5천대→올해 20만대 급증 '최저임금 1만원' 인건비 급등 부작용이 무인화 불러와 최저임금 영향 큰 음식·주점업 종사자, 20년 후 33%↓
  • ▲ 한 가게의 손님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한 가게의 손님이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3명의 아르바이트 직원을 쓰다가 1명만 남겨놨다. 대신 테이블마다 무인판매기(테이블오더)를 설치했다. A씨는 "처음에는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인건비가 줄어 오히려 가게에 이득"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세종시에서 큰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가게 구조를 서빙로봇이 지나다니기 쉽게 바꾸고 테이블오더를 전부 다 깔았다. 그는 "10명 넘는 직원을 데리고 있다가 지금은 7명으로 줄였는데 서빙로봇이 테이블에 식사메뉴를 완벽하게 세팅하는 수준까지 가면 직원을 더 줄이고 업그레이된 서빙로봇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잇따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이 심해지면서 음식업이나 카페 등 자영업 현장에서 키오스크·테이블오더·서빙로봇 등이 사람을 대체하고 있다. 가뜩이나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인건비 부담도 덜 수 있으니 만족해하는 사업주가 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이블오더 점유율 1위인 '티오더'의 전국 사업장 누적 단말기 설치 수는 2022년 2만5000대에서 지난해 10만대를 넘어 올해 20만대로 급증했다. 티오더의 매출은 창업 첫해인 2019년 4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600억원으로 늘었다.

    티오더 관계자에 따르면 고기집인 '우정소갈비'의 경우 주 5일 8시간 한 달 근로 기준 직원 한 명당 월 206만원의 인건비가 들었지만, 업체의 테이블오더 이용 후 인건비가 180만원 절감됐다.

    티오더 관계자는 "테이블 당 기기 대여료가 월 1, 2만원 밖에 하지 않다 보니 가게 운영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서 테이블오더를 많이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평균 인건비는 162만1000원에서 지난해 218만5000원으로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서빙로봇·테이블 오더 등을 제공하는 업체인 브이디컴퍼니에 가입한 업체는 400여개에서 1만여개로 급증했다.

    내년에는 최저임금이 사상 처음으로 시간당 1만원을 넘기며 이러한 현상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커진 인건비 부담에 자영업자들의 줄폐업 우려까지 확산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으로 자동화 기계로 대처하는 세태로 변화하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2017년 시간당 6000원대였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하게 인상되면서 5년 만인 2022년에 시간당 9000원대로 뛰었다. 2018년, 2019년에 각각 16.4%, 10.9% 급등한 영향이 컸다. 이후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최저임금은 지속적으로 오르며 내년 사상 최초로 1만원을 넘기게 됐다. 

    최저임금은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급등한 최저임금이 국내 임금근로자 중간 수준이 받는 임금의 60%를 넘는다. 전체 근로자가 받는 임금 수준에 비해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높다는 뜻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는 저임금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했지만,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 다수가 종사하는 음식업·숙박업 등의 일자리를 없애고 자영업자들의 폐업까지 일으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최저임금 1만원=인건비+가격 인상 … 소기업 1만1911개 폐업

    파이터치연구원의 '최저임금 인상이 기업 폐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최저임금 1%가 오르면 종사자 4인 이하의 소기업 폐업률은 0.77% 증가했는데,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7%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 소기업 폐업률은 1.3% 오른다.

    특히 2022년 기준 전체 소기업(91만6240개)을 기준으로 내년에 1만1911개의 소기업이 폐업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연구를 수행한 유한나 선임연구원은 "최저임금을 기초로 인건비를 지급하는 1~4인 기업들은 증가한 인건비의 부담감을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시킨다"며 "증가한 가격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되고 기업의 폐업 확률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기관이 발간한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 형태변화에 미치는 영향'에선 최저임금이 1% 오를 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비중은 0.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자영업에는 최저임금 적용자가 많이 분포돼 있어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최저임금 적용자가 많이 분포된 자영업자는 늘어난 임금을 부담할 수 없어 기존 직원을 해고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과 한국노동연구원이 공동으로 연 세미나에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20년 간 노동공급이 가장 많이 감소하는 산업으로 '음식·주점업'을 1순위로 꼽았다. 2022년 200만명이던 음식·주점업 근로자는 20년 후인 2042년 67만명(33%) 줄어든 134만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음식·숙박업계의 인건비 부담이 키오스크, 서빙로봇 등 무인화 트렌드를 확산시켰고 관련 업계는 호황을 이루고 있다. 티오더 관계자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테이블오더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인건비가 높은 나라들을 중심으로 문의가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