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KB·한화운용 리브랜딩, 키움도 교체 예고기업 정체성 과감히 버리고 간결한 명칭 승부수비용 출혈 감수, 장기적 장밋빛 전망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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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ETF 새판짜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브랜딩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에도 벌써 올해만 3곳 이상의 자산운용사들이 ETF 브랜드명을 교체하며 시장점유율 확대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업계 3위'인 KB자산운용은 오는 17일부터 ETF 브랜드명을 'KBSTAR'에서 'RISE'로 변경한다. 2016년 이후 8년 만의 리브랜딩으로 ETF 사업 방향과 브랜드 전략의 전면적 개편을 통해 재도약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6·7위 권에 올라있는 한화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도 ETF 브랜드 변경을 시도한다. 먼저 한화자산운용은 오는 23일 새로운 ETF 브랜드 공개를 앞두고 있다. 아직 명칭은 공개 전이지만 기존 'ARIRANG'에서 'PLUS'로 바뀔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패시브형과 액티브형 브랜드가 다른 키움투자자산운용도 이르면 4분기 'KOSEF'를 'HEROES'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는 총 870개다. 운용사들의 리브랜딩으로 총 239개의 상품이 새롭게 탄생될 예정이다. 

    이들이 앞다퉈 ETF 재정비에 열을 올리는 목적은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벌써 150조 원 규모로 급성장한 국내 ETF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투자자들의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실제 변경된 ETF 브랜드명을 살펴보면 '알파벳 철자' 4개 이내로 담은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상품명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이 앞선 것으로 풀이된다. KB자산운용이 그룹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KB'를 과감하게 떼어낸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올해 가장 먼저 ETF 간판을 바꾼 하나자산운용도 지난 4월 'KTOP'에서 '1Q'로 기존 ETF명 대비 보기 쉽게 새단장했다. 같은 달 KCGI자산운용도 기존 'MASTER' 대신 자사명인 'KCGI'를 전면에 내걸었다.

    한발 앞서 리브랜딩에 나섰던 한국투자신탁운용도 지난 2022년 ETF 브랜드명을 'KINDEX'에서 'ACE'로 바꾸며 검색어 상단에 노출되는 효과를 누렸다. 알바벳 첫 자인 'A'로 시작되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이처럼 리브랜딩 바람이 거세지고 있지만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물론 리브랜딩 이후 점유율 확대와 순위 변동 등 유의미한 결과를 낸 운용사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운용사들 사이에서 업계 최저 수수료 전쟁, 과도한 마케팅 등 비용 출혈이 불가피한 상황에 무조건적인 리뉴얼 보다는 수익 구조 확보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리브랜딩이 투자자들과의 소통 차원에서 단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건 어느정도 맞는 얘기다"라면서도 "ETF 시장 내 출혈 경쟁 속에서 광고비 등 경영 부담도 큰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ETF 시장 성장 속도를 감안했을 때 무엇이 더 최선인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