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여파·의료진 파업에 경영난 심화한양증권·한양산업개발 등 실적 악화일로"사모펀드 인수 관심, 매각가 크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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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8년' 역사를 가진 한양증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양대학교 소속 한양증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투자은행(IB)과 채권 부문에서 강점을 보였던 증권사 중 하나다. 그러나 지난해 PF여파와 최근 의료진 파업이 가속화되면서 경영난이 심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양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매각 추진을 공식화했다. 한양증권은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한양학원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며 "매각 대상자, 매각 금액, 매각 방식 및 일정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1956년 창립한 한양증권은 자기자본(4965억 원) 기준 국내 26위에 올라있는 중소 증권사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63억 원, 당기순이익은 351억 원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IB와 채권을 바탕으로 1162억 원까지 올리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고금리에 이어 부동산 PF거래 관련 여파가 심화되면서 영업이익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부동산PF가 주력이었던 만큼 실적이 고꾸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매각을 공식화한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양증권의 부채비율은 2021년 277.8%, 2022년 227.2%, 지난해 256.9%로 200%대를 유지했으나 올해 1분기 756.4%로 급등했다. 특히 최대주주의 산하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은 PF 부실 파동으로 지난해 496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내면서 경영난에 직면했다.

    또 현재 기준 한양산업개발이 지급보증을 선 다수의 사업장에서 기한이익상실(EOD·대출 만기 전 자금 회수 요구)이 발생해 1000억 원 이상의 채무를 대신 갚아야 할 상황이 됐다.

    한양증권의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년 전 매각 루머가 흘러나온 당시에는 회사 측이 전면 부인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한양증권의 매각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여기에 의료파업이 장기화 되면서 한양대의료원의 부실 문제도 매각을 추진하는 배경 중 하나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공의 파업 사태 여파로 학교 재정이 매년 260억 원 정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양증권이 새 주인을 찾기까지 장시간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랜 증권업력을 제외하고는 자기자본 순위·영업이익 전망 등 인수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양증권 시가총액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매각가는 1000억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원매자로 거론된 우리금융과 LX 등은 인수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며, 사모펀드(PEF) 중심으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모양이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 과정에서 최근 2년 사이 부동산 PF 인력들을 흡수해 관련 대출을 늘려온 만큼 자산 건전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며 "인수에 관심있는 기업들은 적정가 수준을 재보는 단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매각설이 돌았던 지난 12일 이후 한양증권의 주가는 크게 출렁였다. 전 거래일 기준 한양증권 주가는 전일대비 7.53% 뛰었으며, 전 거래일에도 9% 이상 급등해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