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정산대금 돌려막으며 금융사처럼 활동구영배, 판매대금 M&A 활용 시인… "한달내 갚아"금융당국, 자본잠식 알고도 방치… 뒤늦게 "제도개선"FSB, "규제당국, 그림자 금융 위험 해소조치 미흡"
  • ▲ 위메프 사무실 유리벽에 소비자들의 항의 메세지가 붙어있다. ⓒ뉴데일리.
    ▲ 위메프 사무실 유리벽에 소비자들의 항의 메세지가 붙어있다. ⓒ뉴데일리.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규제를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그림자 금융은 은행처럼 남의 돈으로 영업하면서도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상품이나 영역을 말한다. 티메프와 같은 이커머스를 비롯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상품, 빅테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관리‧감독 부재 속에 사라진 티메프 판매대금은 여전히 행적이 묘연하고 소비자와 입점 판매사는 물론 금융권에까지 위험이 전이되고 있다. 

    티메프는 판매사들의 정산대금을 최장 2개월 이상 쥐고 있으면서 마치 예치금 마냥 이곳저곳 굴려왔지만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했다.

    더욱이 금융당국은 적어도 2년 전부터 두 회사의 자본잠식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키운 공범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티메프는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또 결제 측면에서는 2차 전자지금결제대행(PG)업으로 분류된다. 

    특히 소비자와 판매사의 상거래를 중개하는 과정에서 2개월가량 판매대금 정산 시차를 둬 이 기간 상품 값으로 지불된 돈을 들고 금융투자사처럼 활용해 왔다.

    금융당국은 티메프가 한 달 동안 들고 있는 정산대금이 1조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이 돈을 은행 예금에만 맡겨도 연간 수백억원의 이자를 벌 수 있는 셈이다. 

    티메프 모회사인 큐텐그룹의 설립자 구영배 대표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정산대금을 미국 기반의 이커머스 ‘위시’를 인수하는 과정에 활용했다고 시인했다. 

    구 대표는 “한 달내 바로 상환했다”고 설명했지만 판매사들에 대한 정산을 소비자들의 새로운 결제금액으로 돌려막는 식으로 자금을 운용해오다 이번 사고가 터졌다는 의심이 드는 부분이다.

    더 큰 문제는 금융당국이 2년 전부터 티메프의 자본잠식 상황을 인지하고도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인 개선작업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2년 전부터 MOU(경영개선협약)를 맺고 관리는 해왔는데 경영개선 협약에 따른 정도까지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티몬과 위메프에 대해서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에 따르면 티메프와 같은 PG업체는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한다. 이에 미달할 경우 금감원은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말 그대로 협약인 만큼 업체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강제할 방안이 없었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금감원이 정무위에 제출한 MOU에 따르면 경영개선계획을 불이행할 시에는 금감원은 미정산 잔액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하거나 전자금융업 등록 말소를 유도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도 가능했다. 

    금융당국은 그간의 입법 미비를 탓하며 부랴부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은 취임 후 첫 간부회의부터 티메프 사태를 챙기며 관리‧감독상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번 사태로 드러난 이커머스 영업 및 관리‧감독상 문제점을 원점에서 철저히 재점검해 제도 개선방안을 신속히 마련할 것”이라면서 “정무위 등에서 제기된 정산자금 안전관리, 정산주기 단축 등 판매자와 소비자에게만 불리한 영업관행을 개선해 이커머스 산업의 신뢰성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동산PF와 빅테크 등 그림자 금융의 범위가 넓은 만큼 이커머스에 국한될 게 아니라 은행 등에만 집중된 건전성 감시망을 폭넓게 점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 보듯 평소 관리해온 금융사와 달리 그림자 금융에서 발생한 부실은 금융당국조차 피해규모 등 파악에 상당한 애를 먹고 있다.

    국제 금융규제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최근 “각국 규제 당국이 은행 시스템 밖에서 이루어지는 광범위한 금융 활동, 이른바 그림자 금융 부문이 만들어내는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FSB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국내 비은행 금융권의 자산 규모는 1500조원(1조950억 달러)에 육박한다.

    또 국제통화기금(IMF)는 지난 4월 그림자 금융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지난해 10월 한국의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