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1~3월 자체검사… 4월 관련자 징계"금감원 발표까지 4개월 넘게 내부에서 '쉬쉬'우리금융 측 해명 "금융사고 해당하지 않아 보고의무 없어"금융당국 수사망 좁혀오자 부랴부랴 관련자 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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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은행 제공.
    우리금융그룹이 손태승 전 회장과 얽힌 수백원대의 부적정 대출 사실을 최종 확인했음에도 4개월 넘게 은폐하면서 자체 마무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금융감독원의 관련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 9일에서야 부적정 대출 취급 관련인들을 사문서 위조 및 배임 등의 혐의로 수사당국에 고소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2일 "이번 사건은 담보 부풀리기나 횡령 등 금융사고 정의에 적용되지 않아 금감원에 보고하거나 공시할 사안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우리은행은 전날 금감원의 관련 발표 이후 공식 입장을 내놨다. 올해 1~3월 중 자체검사를 통해 부정 대출을 발견·조사했고 4월 관련 본부장 면직과 지점장 감봉 등 엄정한 제재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초 부정 대출을 발견하고 이후 자체 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파악한 뒤 관련 임원들을 문책했음에도 4개월 넘게 불문에 붙였다는 점에서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 후 거듭 강조해 온 내부통제 강화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이번에 문제된 부정대출에는 임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 3월 이후 이뤄진 건들도 적잖게 포함돼 있다. 금감원이 전날 발표한 수사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총 616억원(42건)의 대출을 실행했다. 우리은행 측에서 문제를 인지한 1월까지 부당대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은 결론을 내리고 문책을 단행한 4월에 부정적 대출의 성격과 규모에 대해 파악했을 것으로 보여진다. 금감원은 관련 대출 가운데 350억원(28건) 규모가 통상의 기준‧절차를 따르지 않은 부당대출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 대출 건들은 담보가치가 없는 담보를 잡거나 보증여력이 없는 보증인을 내세워 실행됐다. 또 서류 진위여부 확인 누락, 대출심사절차 위반 등 기준과 절차도 무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1월까지 이뤄진 관련 대출은 기존 거래업체에 대한 추가여신이었다"고 설명했다. 추가여신에는 대출연장뿐 아니라 증액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내부통제를 강조해 온 임종룡 회장의 재임 기간에 손 전 회장의 영향력이 지속됐음을 보여준다. 

    우리은행은 이번 부정대출 건과 손 전 회장의 연루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부적정한 대출 과정이지 전임 회장과의 관계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회장 친인척에게 대출을 내줬다고 해서 징계를 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면서 “대출 심사와 사후관리에서 부실이 드러나면서 면직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보도참고 자료를 보면 지난 3월까지 1차 자체검사를 진행한 이후 5월부터는 ‘친인척 관련 여신 전체’를 대상으로 2차 자체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 연루를 인지한 것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금감원은 전날 우리은행에 대한 대출취급 적정성 관련 수시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번 조사는 제보 등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실시됐다"고 설명했다. 제보가 없었다면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부적정 대출 사건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이 검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6월이었다. 현장검사를 통해 확인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은 총 23건, 454억원 규모다. 여기에 해당 친인척이 원리금을 대납한 9개 차주대상 162억원(19건)의 대출을 포함할 경우 모두 616억원 규모가 된다. 금감원은 이 대출 역시 실제 자금 사용자는 손 회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손 전 회장이 지주 및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 해당 친인척 관련 차주 대상 대출 건은 5건(4억4000만원)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차주 및 관련인의 허위서류 제출 관련 문서위조, 사기 혐의 등에 대해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은행은 부적정 대출 사건에 앞서 잇단 횡령사고로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경남지역의 한 지점에서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35회에 걸쳐 개인과 기업체 등 고객 17명 명의로 허위 대출을 신청한 뒤 대출금 177억7000만원을 지인 계좌로 빼돌린 혐의로 대리급 직원이 검찰에 구속기소됐다. 또 본점 기업개선부 직원도 2012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8년간 8회에 걸쳐 총 697억3000만원을 횡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