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주담대 주기형‧변동형 한도 격차 4000만원으로 확대주기형 주담대 늘리는 은행권… "소비자 선택권 강화"실제론 변동형 금리 높여 고정금리 상품 선택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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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상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시기에는 대출 시 변동금리가 선호되지만 최근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고정금리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소비자에게 더 많은 한도가 나오도록 규제를 설계하고, 은행들에게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늘리라고 행정지도를 하고 있는 영향이다.

    금리인상기 때마다 반복되는 가계부채 리스크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만 인위적인 고정금리 띄우기로 금리 하락기에 소비자들의 혜택을 빼앗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스트레스 DSR’ 규제 차등에 고정금리 대출 ‘쑥’

    21일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주담대 중 고정금리 상품 비중은 지난 3월 91.8%에서 6월 94.9%로 높아졌다. 한 분기 만에 3.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같은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에서 신규로 취급한 주담대 중 고정금리 성격의 주기형 대출 비중은 73.2%에 달했다. 

    4대 시중은행의 주기형 주담대 비중은 연초 40% 초반 수준이었지만 3월 60%대로 올라섰다.

    주기형 주담대 비중이 대폭 늘어난 것은 지난 2월부터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변동 위험을 반영한 ‘스트레스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한도를 산정토록 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가산금리는 실제 대출금리에 반영되진 않지만 차주가 내야 하는 연간 이자 비용이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돼 한도가 축소된다. 

    다만 고정금리 성격이 강한 대출일수록 규제에 의한 한도 축소 폭이 줄어든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경우 스트레스 가산금리가 100% 적용되고, 혼합형(5년고정)은 60%, 5년 주기형은 30%, 10년 주기형은 20%만 반영한다.

    예를 들어 연 소득이 1억원인 차주가 30년 만기, 분할 상환조건으로 은행 주담대를 받을 경우 10년 주기형 상품을 택하면 6억5200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같은 차주가 변동형 상품을 신청할 경우 한도(6억3000만원)은 2000만원 넘게 줄어든다. 혼합형(5년고정) 역시 10년 주기형 상품과 비교하면 1000억원가량 적은 한도를 받게 된다.  

    다음달부터는 ‘2단계 스트레스DSR’이 시행돼 주담대 유형별 한도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현재 스트레스 가삼금리는 0.38%를 적용하고 있지만 2단계부터는 두 배 수준인 0.75%로 대폭 상향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10년 주기형(6억4600만원)과 변동형(6억400만원)의 한도 차이는 4200만원까지 벌어진다.

    특히 스트레스 가산금리 1.2%가 적용되는 수도권에는 이 격차가 6000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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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들, 시장금리 하락에도 변동금리 더 비싸게

    은행들은 당국의 기조에 발맞춰 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혼합형만 판매해왔던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올해 5년 주기형 주담대 상품을 추가했고, 신한은행은 최근 업계 최초로 10년 주기형 주담대까지 출시했다.

    새로운 금리유형을 추가해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했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지만 최근 금리를 보면 소비자들은 고정금리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수준이다. 

    지난 16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형 상품 금리는 4.39~6.72%로 고정형 상품(3.066~5.97%)과 비교해 상하단 모두 1%포인트가량 높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은행 입장에서 미래의 금리변동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변동형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가 올해 들어 지난 5월을 제외하고 매달 하락한 점까지 고려하면 은행들이 고정형 대출로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해 인위적인 금리 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들어 고정금리 중에서도 혼합형보다 주기형 대출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지난 4월 은행권 자체 고정금리 주담대 목표비율을 신설하고 혼합형을 제외한 고정금리 비중(잔액기준) 목표를 30%로 제시했다.

    혼합형의 경우 대출 실행 후 첫 5년간 금리가 고정되지만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된다. 이 때문에 변동형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금리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주기형은 5년, 10년 단위로 금리가 조정되고 이 기간 동안 변함이 없기 때문에 혼합형보다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이 적다.

    혼합형 위주로 고정금리 비중을 관리했던 은행들은 당국의 주문대로 주기형 대출을 늘리기 위한 금리 조정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며 5년 주기형 주담대는 제외했다. KB국민은행도 전날 혼합형과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높였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리나 한도가 지금 변동형이 불리한 것은 맞다”면서도 “대출 금리 인상은 가계대출 속도 조절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