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로보틱스 합병 철회… 분할은 진행두산에너빌, 밥캣 배당수익 감소 불가피1.2兆 투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신규 투자 여력 강화…생산설비 증설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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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분할로 확보한 조단위 자금을 원전, 터빈 등 핵심 사업에 투자한다. 그룹의 3조 규모 자구책 시행 이후 쪼그라들었던 투자 여력을 회복, 친환경 에너지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에 대한 시장 반발을 고려해 양사 합병을 철회하되, 밥캣을 에너빌리티 자회사에서 로보틱스 자회사로 이동시키는 ‘플랜B’의 지배구조 개편은 시행키로 했다. 로보틱스와 밥캣을 합병하진 않지만, 구조 개편을 통해 시너지 효과 창출 방안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두산밥캣 지분 46.06%를 보유하고 있다. 밥캣은 2021년 1203억원, 2022년 1353억원, 2023년 1602억원, 올 상반기 801억원 등 배당을 착실히 시행 중이다. 이 기간 에너빌리티는 2400억원 가량의 배당수익을 수령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러한 배당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조단위 투자금 확보와 함께 재무구조 개선에 따른 신규 투자 여력 강화를 통해 얻는 이득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형 원전은 물론 SMR(소형모듈원자로), 가스터빈 사업 성장에 가속도가 붙은 현재야말로 밥캣 분할의 적기란 판단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차입금 7000억원 감소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한 현금 5000억원 확보 등 두산밥캣 분할로 총 1조2000억원 가량의 재무적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입금 감소를 통해 매년 수백억씩 발행하는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향후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 확대가 기대를 모은다. 석탄화력발전 감축 기조와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이 회사는 코로나19 직후 유동성 위기에 빠진 바 있다. 지난 2022년 2월 3조원 규모의 자구책 이행을 완료하며 채권단 관리체제를 조기 졸업했지만, 사업축소와 함께 투자 위축이 불가피했다.

    실제 두산에너빌리티의 유·무형자산취득액 기준 설비투자비용(CAPEX)은 2021년 1765억원, 2022년 1730억원, 2023년 1912억원, 올 상반기 698억원 등을 기록 중이다. 매출에서 CAPEX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4.9%, 2022년 3.3%, 2023년 2.9%, 올 상반기 2.3% 등 매년 줄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2015~2018년 당시 매년 2000억~3000억원 가량 투자를 진행했다. 해당 기간 매출 대비 CAPEX 비중은 평균 6.2%를 기록한 점에 비춰 최근 수년간 투자 활동이 위축됐다. 특히 올 상반기 CAPEX 비중은 두산밥캣 3.7%, 두산로보틱스 14.1%와 비교해 크게 뒤처진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체코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경쟁력 우위를 입증했다.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의 신규 원전 수주 가능성도 큰 상황으로,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주주서한을 통해 “이번 사업구조 개편으로 차입금의존도와 이자보상배율 등이 개선, 추가 차입 여력이 생기게 된다”며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재원 1조원을 미래성장동력에 신속히 투입,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율로 인해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며 성장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