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3社 주총 연기개편 일정 모두 무산… 금감원 정정요구 부담밥캣만 분리도 난제… 분할법인 가치 재산정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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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두산이 에너빌리티 분할신설법인의 가치를 재산정, 주주 설득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이 과정 역시 험로가 예상돼 지배구조 개편 성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는 전날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분할합병의 일정이 변경됐다”며 “향후 변경 일정이 확정될 경우, 주주총회 일정에 관해 재공시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예정됐던 각사의 임시주주총회 일정을 비롯해 합병반대의사 통지접수 기간(9월 10일~24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9월 25일~10월 15일), 합병기일(10월 29일) 등 지배구조 개편 일정이 모두 무산됐다.

    당초 이달 25일로 예정한 주총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소집공고 기간 등을 고려해 전날까지 금감원에 정정보고서를 제출해야 했기에 일정을 불가피하게 미룬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7월 24일에 이어 지난달 26일 두 차례 두산 측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을 요구한 바 있다.

    금감원의 정정 요구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증권신고서는 철회된다. 두산 측은 금감원이 요구한 ‘합병 의사결정 과정 및 내용’, ‘밥캣 지분을 보유한 에너빌리티 분할신설회사 수익가치 평가 근거’ 등을 보완한 정정신고서를 기한 내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3단계였다. 에너빌리티가 가진 밥캣 지분 46%를 떼어내 투자회사를 분할 신설하고→분할신설법인과 로보틱스를 합병한 후→밥캣 주식을 로보틱스 신주와 교환해 밥캣을 로보틱스 100% 자회사로 만들고, 밥캣은 상장폐지하는 수순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금감원의 2차 정정 요구 이후 두산은 밥캣과 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은 철회했다. 저평가된 밥캣 주식을 고평가된 로보틱스 주식으로 바꾸는 데 대한 주주 반발을 의식한 조치다.

    두산은 분할신설법인과 로보틱스 간 합병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에너빌리티는 밥캣 분할 시 7000억원 규모 차입금 감소 효과 등 1조원 수준의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원전과 터빈 등 핵심 사업에 투자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두산은 순자산가치 기준으로 분할비율을 1대 0.247, 합병비율은 기준시가에 따라 1대 0.128로 정했다. 에너빌리티 주식 1주는 에너빌리티 존속법인 주식 0.7주, 신설법인 주식 0.3주로 분할되며 이후 신설법인 주식 0.3주는 두산로보틱스 주식 0.03주로 교환된다는 의미다.

    두산의 지배구조 개편 의지가 뚜렷한 만큼 분할신설법인의 가치를 재산정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산은 분할신설법인의 자산가치(1만219원)과 수익가치(1만223원)를 가중산술평균한 본질 가치 1만221원을 합병가액으로 정했다.

    금감원은 분할신설법인의 수익가치를 책정할 때 밥캣 시가만을 고려한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현금흐름할인법(미래 현금유입액을 측정한 후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과 배당할인법(예상되는 배당금을 현재가치로 할인하는 방식) 등을 활용해 신설법인의 가치를 재평가, 주주 권익을 보호하라는 의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개편안이 다시 논의될 예정”이라며 “정정신고서 제출 기한이 정해진 만큼 이에 맞춰 정정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이며, 이 사이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