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 절차 남았지만 제정·시행 무난할 듯유럽도 중국 바이오 기업 제한 카드 '만지작'삼성바이오로직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등 수혜 기대감인도 기업 주목도도 높아 … 글로벌 제약바이오 생산기지 역할
  • ▲ 2024바이오USA 한국관 전경. ⓒ 한국바이오협회
    ▲ 2024바이오USA 한국관 전경. ⓒ 한국바이오협회
    중국 바이오기업에 대한 제한을 내용으로 하는 '생물보안법'이 미국 하원 문턱을 넘으면서 글로벌 바이오업계가 요동칠 전망이다.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등 국내 바이오기업에 수혜 기대감이 높지만 중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이를 두고 인도, 일본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하원은 찬성 306대 반대 81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생물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생물보안법이 제정·시행되려면 상원 통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 절차만이 남았지만 상원과 '메이드인USA'를 외치는 대통령 모두 생물보안법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이고 있어 미국 시장에서만큼은 중국 기업이 발을 붙이기 쉽지않은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우시앱텍은 즉각 성명을 통해 생물보안법의 부당성을 지적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의 안보에 위험을 초래한 적도 없으며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미국 정부로부터 어떤 제재를 받지 않은 게 증거다"고 발표했지만 판을 뒤집기 쉽지 않아 보인다.

    생물보안법은 미국인 개인 건강과 유전정보를 우려기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제정된 법안인데 미국 정부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이 '적대적 해외 바이오기업'의 장비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사실상 CDMO기업 우시바이오로직스와 우시앱택, 유전체 기업 BGI와 컴플리트지노믹스, 의료기기기업 MGI 등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진출을 제한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유럽도 지난해 10월부터 첨단기술의 무기화 위험을 평가할 계획을 발표하면서 바이오를 AI(인공지능), 반도체, 양자와 함께 4대 기술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이 정책도 사실상 중국을 타깃으로 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중국 바이오 기업이 미국과 유럽에서 설 자리는 지속해서 좁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바이오 기업에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에스티팜 등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CDMO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국내에 많은 만큼 CDMO 분야에서 큰 수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보안법이 시행되는 시점은 2032년부터로 아직 7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다. 하지만 항체바이오의약품의 경우 생산공정이 까다롭고 생산시설 변경시 실사와 규제기관 승인, 기술이전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일찌감치 CDMO 기업을 우시바이오로직스에서 다른 곳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7월 글로벌 전략컨설팅기업 LEK가 글로벌 생명과학기업 73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들 중 26%가 중국 공급업체에서 벗어나는 것을 모색하고 있고 중국 CDMO 기업에 대한 신뢰도 점수도 생물보안법이 발의된 이후 49%나 낮아졌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예년보다 많은 업체가 생물보안법에 대응해 문의를 해주시고 있었는데 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두 곳에서 구체적인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매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생물보안법 통과가 국내 기업에만 수혜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도 생물보안법이 통과된 직후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생길 중국 기업 공백을 한국은 물론 인도 기업을 통해 메울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의 의약품 생산기지 역할을 해 온 국가다. 기술 전문성이 높고 세계 각국의 규제기관의 문턱을 넘어 임상용 의약품 생산부터 상업 생산까지 가능하고 미국이나 유럽 공장 대비 40%가량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인도 제약사 닥터레디스의 자회사 오리겐은 지난 6월 인도 하이데라바드 지역에 올해말 완공을 목표로 CDMO 시설을 착공했다.

    다른 인도 제약사 바이오콘의 자회사 신젠은 지난해 7월 인수한 스텔리스바이오팜의 백신 생산시설을 CMO(위탁생산) 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라겐은 3분기 중으로 공정개발 연구소를 가동하고 내년 3분기 첫 번째 대규모 생산시설을 개소할 예정이다.

    피라말파마솔루션, 쥬빌런트파마는 미국 현지에도 생산시설을 두고 있어 메이드인USA 구호에도 발맞출 수 있다.

    김혜민 KB증권 연구원은 "2032년까지 유예기간이 있어 단기적이기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면서 "론자, 후지필름 등 비 중국계 CDMO 기업도 존재하기에 향후 경쟁 현황을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