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부동산업 대출 4.4조 증가…전체 대출 증가액의 17.6% 차지전국 상가 공실률‧경매 급증…경기 침체‧고금리‧내수 부진 영향은행, 부동산 관련 대출 조여… 우리은행 우대금리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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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서울 등 수도권에 텅 비어가는 상가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부동산 임대업 대출을 빠르게 확대한 은행들의 리스크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은행들은 부동산 임대업 대출에 대한 한도와 우대금리를 조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관련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의 '2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대출금' 통계를 보면 전체 산업 중 부동산업 대출 잔액은 지난 2분기 467조5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조4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분기 전체 대출 증가액(25조원)의 17.6%로 전체 세부 업종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잔액만 놓고 보면 제조업 전체 대출 잔액 476조200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한은 측은 수도권 위주의 비주거용 임대업 중심으로 부동산업 대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했다. 

    ◇빚 내서 해도 대박쳤던 임대업, 요즘은 자칫하면 '경매행'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만 놓고 봐도 오름세가 가파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액은 올해 3월 말 179조1180억원으로 전 분기(175조1516억원) 대비 3조9664억원(2.26%) 늘었다. 

    4년 전인 2020년 3월 말(121조3480억원) 보다는 47.6%(57조7700억원)나 불어났다. 

    4대 은행 전체 기업대출 증가액(203조5071억원) 중에서도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액이 28.4%를 차지해 기업대출 세부 항목 중 증가세가 가장 컸다. 

    2010년대 중반 이후부터 2020년대 초반에는 집값 상승과 부동산 열풍 속에 부동산 임대업 법인들이 호황을 누리며 이들에게 대출을 내준 은행들도 수익을 봤다. 그러나 경기 침체와 부동산 경기 악화, 고금리 등의 여파로 부동산업이 불황기로 접어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3.8%로 전 분기 대비 0.1%포인트(p) 늘어났다. 이 중 세종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25.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으며, 서울 중대형상가 공실률 8.5%로 나타났다. 

    임대료 수익 축소에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임대업자 사례가 속출하면서 상가건물들이 경매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방 8개 도에서 올해 상반기(1~6월) 경매에 나온 상가는 총 4910건으로 전년 동기(3281건) 대비 49.6%나 급증했다.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2년 상반기(1908건)와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157%) 늘어난 셈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예전엔 빚을 내서 임대업을 해도 수익이 났으나 요즘에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경매에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임대업 대출 꽉 조이기 시작한 은행권


    앞다퉈 부동산 임대업 대출을 내어주던 은행들도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부동산 임대업 대출시 가산금리 항목에서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식으로 관련 대출 축소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나은행 역시 부동산 임대업 대출에 대한 금리인하 폭을 줄이고 한도를 제한하는 등 보수적으로 대출을 관리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수년간 공격적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을 늘려온 은행들이 부실 우려가 커지자 임대업 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셈”이라고 했다. 

    한은에서도 생산성이 높지 않은 부동산 부문의 대출 공급 확대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부동산업 대출 공급 확대는 국가 전체적인 자원 배분 효율성을 저해한다"며 "대출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