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펜당 출하가 37만2025원 … 4주 가격비급여 출시로 유통과정 및 의료기관 마진 더해져 소비자 부담 더 클 것비만학회, 비만약 급여화 추진 노력
  • ▲ 위고비. ⓒ 한국노보노디스크
    ▲ 위고비. ⓒ 한국노보노디스크
    내달 국내 출시를 앞둔 노보노디스크의 비만약 '위고비(성분 세마글루타이드)'의 국내 출하가가 확정됐다.

    다만 '비급여'인 데다가 '삭센다(성분 리라글루타이드)' 대비 우월한 체중 감량 효과 및 수급상의 문제로 인해 환자들이 실제 위고비를 투약받기 위해 지출해야 할 비용은 적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쥴릭파마코리아는 지난 26일 위고비 1펜당 출하가를 37만2025원으로 책정한 뒤 오는 10월15일부터 위고비 주문 접수를 받는다고 밝혔다.

    위고비는 사전에 약물(0.25㎎, 0.5㎎, 1.0㎎, 1.7㎎, 2.4㎎)이 주사기에 충전된 프리필드시린지 형태로 출시되는데 모든 용량의 제품이 같은 가격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위고비는 1주에 1회씩 투약하면 되는데 1펜에 일회용 주사침이 4개 들어 있다.

    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환자들이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기존 출시한 삭센다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정했다"고 말했다.

    기존 출시된 삭센다의 가격은 1펜당 약 10만원~12만원으로 환자들은 한 달에 2펜 이상 사용해 20만원~30만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고비가 비급여로 국내 출시될 예정이어서 환자가 체감하는 비용 부담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4주 기준 미국 가격(1349달러, 181만원)보다는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노보노디스크가 있는 덴마크(365달러, 50만원), 독일(338달러, 45만원), 일본(290달러, 39만원)보다는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출하가에 유통과정을 거쳐 유통마진이 붙는다면 일선 의료기관에서 위고비를 처방받는 환자의 부담은 4주당 40만원을 훌쩍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급여로 접종하는 독감백신, 대상포진백신 등의 비용도 의료기관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비만유병률이 높은 의료취약계층의 접근성을 제한해 비만의 사회문제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대한비만학회가 2022년 의료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만진료에 대한 조사에서 높은 비용 부담이 지속적인 비만치료를 어렵게 해 비만치료제의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76%나 됐을 정도로 비만약 가격은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비만학회는 올해부터 비만이 질병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비만병'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줄 것을 권고했다.

    비만은 개인 생활습관뿐만 아니라 유전, 환경, 호르몬, 신경전달 물질 변화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유발된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이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계질환, 암,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 골관절염 등 다양한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위고비와 같은 비만약이 급여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양임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위고비가 효과가 좋은 치료제인 만큼 국내 출시가 기대된다"면서 "다만 국내 수급 문제도 있는 만큼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처방이 이뤄져야 하고 취약계층도 이용할 수 있도록 급여 제도에 편입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노보노디스크가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는 위고비 생산량 증대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쏟고 있지만 단기간 공급량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다 하더라도 많은 물량이 안정적으로 들어오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노보노디스크는 위고비 생산시설 확충을 위해 올해에만 60억달러가 넘는 자본 지출을 단행했다. 글로벌 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 캐털란트의 생산시설 3곳을 1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는데 올해 말이 돼야 인수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에는 덴마크에 70억달러, 프랑스에 25억달러씩 투자해 생산시설 확보에 나섰으며 올 6월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클레이튼에 41억달러를 투입해 두 번째 충전 및 마감 제조시설을 증설할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는 414억원 수준이다. 이 중 삭센다가 151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알보젠의 큐시미아(성분 펜터민+토피라메이트)가 90억원, 대웅제약의 디에타민(성분 펜터민)이 16억원 등으로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