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법 추진 지속, 미국 민·관·의회 강한 반발통상 압박에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인앱결제 제재 지연법안 통과 후에도 국내 사업자만 역차별 심화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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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국내에서 추진 중인 플랫폼법을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하면서 관련 법 제정이 표류하고 있다. 빅테크 제재가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 기업들만 역차별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독과점 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한 법 제정을 포함시켰다.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추진하다가 지난해 9월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식으로 방향이 수정된 바 있다.업계 반발을 수용한 개정안은 시장 영향력이 큰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하는 방식의 ‘사전지정제’ 대신 사후추정제로 규율방식을 변경했다. 독과점 폐해로 지적받은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4대 반경쟁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다. 위반 사업자에게는 과징금을 부과하고 필요할 경우 임시중지 명령까지 가능한 것이 핵심이다.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국내 기업만 아니라 빅테크 규제도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본사를 외국에 두는 방식으로 매출액 기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분류하기 어려운 해외 플랫폼을 규율하기 위해 시장점유율과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포함시켰기 때문이다.다만 독과점 기업 제재를 통해 플랫폼 경쟁을 촉진하는 취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내 기업만 규제하는 ‘역차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랫폼법을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며 이를 고려한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 이후 미국 의회에는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미국 기업에 차별적으로 적용되면 무역 보복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한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9월 하원 의원에 제출된 ‘미국·한국 디지털 무역 집행 법안’은 플랫폼 규제 등에 30일 이내 무역협정 위반 여부를 따져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미국 민·관에서도 국내 플랫폼법에 강한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달 미국 상공회의소가 한국의 플랫폼 규제 법안에 직접 우려를 표명했고, 구글·아마존·메타 등이 가입한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매트 슈루어스 CEO도 “개정안이 미국 기업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며 “한미 경제·안보 관계에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 대표는 한국의 플랫폼법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며 “우리 기업에 대한 규제를 다른 나라에 맡겨서는 안된다”고 언급했다.미국이 국내에서 제정하는 플랫폼법에 반발하는 이유는 구글과 메타, 아마존과 애플 등 주요기업이 규제 대상으로 포함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알리 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은 한국 시장 점유율이 아직 낮아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도 미국 기업만 규제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으로 지목된다. 공정위가 구글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혐의를 조사중인 점도 미국이 플랫폼법을 거론한 이유로 풀이된다.정부는 플랫폼법이 통상 마찰과 무역 보복으로 연결될 조짐을 보이면서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으로부터 관세 보복을 당할 우려가 크다며 국내 플랫폼법 추진 재검토를 요청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위반 과징금 부과에 대해 조사를 마쳤지만, 외교 마찰을 고려해 처분 시점을 뒤로 미루는 모습이다.다만 공정위는 플랫폼법 처리 의사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 미국 빅테크에만 차별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아닌 만큼 미국 상공회의소 등 이해관계자와 소통하며 법안 처리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업계에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미국과 통상 문제와 결부된 만큼 빅테크 제재가 더욱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된 국내 플랫폼 기업만 규제를 받게되는 역차별 현상이 더욱 심화된다는 설명이다.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에 들어서면서 통상 압력이 실질적으로 우리 경제에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고 보여진다”며 “공정위는 EU 등 해외에서 비슷한 법안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실효성이 크지 않다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구태언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부의장은 “시장 획정이 어려운 플랫폼은 규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집토끼만 잡는 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플랫폼법을 추진한다면 AI 플랫폼이 초토화시킬 우리나라 산업을 지키는 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