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과세자 비율 6.82%… 20년 사이 8배 넘게 증가2023년 결정세액 12조3000억원… 같은기간 17배 웃돌아상속세 과세자 비율, 종부세 3배 넘어… 중산층 부담 커져세율·과표 오랫동안 제자리… "해외처럼 점진적 개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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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3년 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속적인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중산층이 '상속세 폭탄'에 노출될 거란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12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23년 상속세 과세 대상(결정 인원)은 1만9944명으로 2020년(1만181명)보다 95.8% 증가했다.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2020년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선 이후 3년 만에 대상자가 두 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전년(1만5760명)과 비교해도 26.5% 오르며 높은 증가율을 이어갔다.과세자 비율도 2005년 0.8%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6.82%를 기록하며 20년 사이에 8배 넘게 증가했다. 과세자 비율은 2008년(1.04%)에 처음 1%를 넘긴 이후 2020년(2.90%), 2021년(3.70%), 2022년(4.53%), 2023년(6.82%) 등을 거치며 급상승했다.같은 기간 결정세액은 7000억원에서 12조3000억원으로 17배 넘게 뛰었다. 현행 제도상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쳐 10억원이 넘는 재산을 상속받으면 상속세를 내야 하는데,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해당 기준을 넘는 중산층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4378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한 채만 보유해도 상속세 대상이 돼 중산층이 '상속세 폭탄'에 노출될 거란 우려가 실현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의 상속세 과세비율은 전국 평균치(6.82%)를 두 배를 웃도는 15.0%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피상속인 기준 서울 시민 7명 중 1명은 상속세를 낸다는 뜻이다.이는 2012년(4.77%)과 비교해 세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인데 올해 들어서도 서울 집값이 상승 추세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말 서울의 상속세 과세비율은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11월 첫째 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07% 상승했다. 지난 10월 둘째주(0.11%) 이후 3주 연속(0.09%→0.08%→0.07%) 줄어들었으나, 서울 집값은 33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급증하는 배경에는 오랫동안 제자리에 머무는 상속세 세율과 과표가 있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2000년 기존 45%에서 50%로 인상했으나, 이후 24년이 지나도록 그대로다. 과세표준이 1억원 초과 20%, 5억원 초과 30%, 10억원 초과 40%, 30억원 초과 50%라는 상속세율은 여전하다.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상속세 과세자 비율은 종합부동산세(주택분 기준)의 세 배를 넘어섰다. 작년 종부세의 1가구 1주택자의 기본공제 금액이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그 외 가구는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오르며 과세자 비율은 2.06%로 전년(6.13%)보다 세 배 가까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종부세는 세율 인하와 중과세 폐지로 납세자 부담이 크게 줄어든 반면, 상속세는 뚜렷한 변화가 없어 부담을 지는 국민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값과 물가는 계속 상승하는데 상속세 공제 기준은 옛날 기준 그대로라 대부분의 중산층이 상속세 대상이 되고 있다"며 "현행 상속세는 국제 기준에서도 크게 벗어나는 만큼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런 변화를 반영해 정부와 국회가 상속세 제도 개선 논의에 돌입했지만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될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56조원 규모의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30조원에 달하는 '세수 부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야당이 '부자 감세' 프레임을 전면에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상속받은 재산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실질적으로 팔았을 때 양도소득세처럼 세금을 걷는 게 맞다"면서 "상속세를 점차 내리다가 폐지를 검토하는 등 해외 사례처럼 점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