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데뷔해 '21세기 팝 아이콘' 된 BTS의 성공, K팝 붐 일으켜K팝 아티스트와의 파트너십,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아K팝 영향력 계속해서 확장… "서브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진화"
  • ▲ 방탄소년단(BTS). ©빅히트 뮤직
    ▲ 방탄소년단(BTS). ©빅히트 뮤직
    지난 2013년 6월 데뷔해 전 세계적으로 K팝 열풍을 일으키며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불리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등장은 K팝 역사상 가장 큰 변곡점으로 꼽힌다. BTS의 전무후무한 성공은 곧 '제 2의 BTS'를 만들기 위한 K팝 아이돌 결성 붐을 불러 일으켰고, 이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글로벌 명품을 비롯해 패션, 식음료, 뷰티, 자동차, 생활용품까지 K팝 스타들과의 파트너십은 브랜드 마케팅에 있어 핵심적인 요소가 됐고, 거대 팬덤을 기반으로 한 K팝 마케팅은 높은 ROI(투자 수익)를 보장하는 매력적인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K팝 시장이 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이들과의 협업을 고민하는 브랜드들의 새로운 고민이 생겨나고 있다. 

    20일 K팝 전문 플랫폼 케이팝핑닷컴(Kpopping.com)에 따르면 BTS가 데뷔한 2013년 한 해에 47개의 K팝 그룹 또는 솔로 가수가 등장했으며 올해는 그 숫자가 85개로 증가했다. 지난 2017년에는 86개의 새로운 K팝 가수들이 데뷔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거의 매주 2팀이 데뷔한 수준이다.

    이렇듯 그룹 또는 솔로 K팝 아티스트들이 매년 계속해서 새롭게 등장하면서, 이들과의 파트너십을 고려하는 많은 브랜드들은 K팝 마케팅의 ROI가 감소하지는 않을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K팝 전문가들은 아직까지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 신생 K팝 그룹들이 BTS만큼 엄청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어려울 수 있지만, K팝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은 덕분에 BTS보다 유명하지 않은 K팝 그룹도 브랜드가 원하는 높은 가시성과 (브랜드) 노출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스트레이키즈 필릭스. ©루이비통
    ▲ 스트레이키즈 필릭스. ©루이비통
    일례로, 케이팝레이더(Kpop-radar)가 공개한 인스타그램 누적 팔로워 수를 기준으로 19위를 기록한 스트레이키즈의 필릭스는 약 2372만 명, 38위를 기록한 세븐틴의 민규 또한 약 1590만 명이라는 막대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마티유 베르비기에(Mathieu Berbiguier) 카네기 멜론 대학교 한국학 교수는 "누가 차기 BTS가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는 한동안 계속돼 왔다"며 "아직까지 (K팝 가수들의) 포화 상태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무서운 속도로 새로운 K팝 그룹들을 계속해서 배출하고 있지만, 그사이 활동을 중단하거나 해체한 그룹이 많다는 점도 'K팝의 포화'를 얘기하기엔 이르다는 시각이 있다. 대부분의 K팝 기획사들은 아티스트와의 전속 계약을 7년 기준으로 하고 있다. 때문에 전속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그룹이 해체되거나 멤버 구성이 바뀌는 등 굵직한 변화를 겪는 사례가 많다.

    소녀시대, 투애니원, 포미닛, 원더걸스, 카라, 레인보우, 포미닛, 미쓰에이, 시크릿, 비스트(하이라이트) 등도 '7년의 저주'를 피해가지 못하고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 케이팝핑닷컴에 따르면 2013년 BTS와 같은해에 데뷔했던 47개의 K팝 가수 중 40개 그룹 또는 솔로 가수가 현재 해체됐거나 활동을 중단한 상태다. 
  • ▲ 로제(좌)와 브루노마스. ©더블랙레이블
    ▲ 로제(좌)와 브루노마스. ©더블랙레이블
    K팝이 서브컬처(하위 문화)에서 주류 문화로 진화하고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브랜드에게는 큰 매력 요소로 꼽힌다.

    최근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팝가수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APT.)'는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며 영국 오피셜 싱글차트에서 4주 연속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고, 미국 빌보드에서 '글로벌 200'과 '글로벌 200(미국 제외)'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는 등 4주 연속 최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스트레이키즈가 지난 7월 19일 발매한 미니 9집 '에이트(ATE)'는 9월 30일 집계 기준 올해 미국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K팝 앨범이자, 전 세계 기준으로는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더 토처드 포에츠 디파트먼트',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의 '데이즈 비포 로데오',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의 '히트 미 하드 앤드 소프트'에 이은 4위에 올랐다.

    K팝이 소수만 즐기는 서브컬처가 아닌, 다수가 즐겨 듣는 음악으로 점차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차트 분석 플랫폼 루미네이트(Luminate) 데이터에 따르면 상위 100개 K팝 아티스트의 스트리밍은 2022년과 2023년 사이 42% 성장했으며 특히 미국, 멕시코, 인도에서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운 K팝 가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시장도 계속해서 확장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와 K팝 아티스트 간 파트너십을 지원하는 다이브 스튜디오스(Dive Studios)의 브라이언 남(Brian Nam)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규모 면에서도 K팝이 주류 문화로 빠르게 통합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K팝 스타들은 세계적인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대표하는 앰배서더 겸 모델로 활발한 브랜딩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샤넬은 지드래곤(GD)과 블랙핑크 제니, 뉴진스의 민지를 앰배서더로 선정했으며, 디올은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블랙핑크 지수, 뉴진스 해린, 생로랑은 블랙핑크 로제, 티파니앤코는 BTS 지민과 로제, 까르띠에는 BTS 뷔와 블랙핑크 지수, 셀린느는 BTS 뷔와 수지, 루이비통은 블랙핑크 리사와 뉴진스 혜인, 스트레이키즈 필릭스, 라이즈, 구찌는 BTS 진과 뉴진스 하니, 박재범, 미우미우는 아이브 장원영, 프라다는 에스파 카리나를 각각 브랜드 대표 얼굴로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