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보호' 명분의 법정 최고금리 인하, 서민에겐 '칼날'"저축은행·대부업에서 밀려난 취약계층, 불법사금융으로"
  •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 및 캠프 일정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전 선포식 및 캠프 일정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서민 보루'로 일컬어지는 2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대표 정책인 '기본사회'가 도리어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의 마지막 안전핀이라 할 2금융권을 옥죌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법정 최고금리를 10%대 초반까지 내려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이 전 대표의 '기본대출' 주장은 서민을 도리어 불법사금융으로 내모는 칼날이 될 것이란 지적이 잇따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민금융을 표방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 등에선 이 전 대표의 과거 공약을 토대로 예상 범주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서 1호 공약으로 '최고금리 10%대'를 주장했다. 명분은 '서민 고통'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기본 시리즈' 구상의 일환으로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까지 3% 수준의 저리로 장기 대출을 해주겠다는 기본대출권도 내세웠다.

    대선에 낙선한 후 국회에 입성해서도 꾸준히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법정 최고금리 초과 계약은 무효화하고 법정 최고이자율을 하향하겠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2금융권에선 이 전 대표가 오는 6월 대선에서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기본사회' 대표 정책으로 내세울 것이란 예상이 커지면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리스크가 높은 대출을 취급하는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는 위험 대비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업권 본연의 역할인 '서민금융' 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엔 생산 원가뿐만 아니라 심사 행정 등 운영비용과 조달 비용, 연체 리스크 등 신용 원가가 포함된다"며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낮아지면 리스크가 큰 대출 볼륨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저신용자는 점점 제도권 밖으로 내몰리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최고금리 인하 여파로 저신용자들이 저축은행·대부업 시장에서 밀려나 불법사금융으로 유입된다는 것은 연구 결과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한국금융연구원은 2021년 7월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춘 이후 불법사금융으로 몰린 취약계층이 최고 1만8000명에서 최대 3만8000명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 자료에서도 대부업 규모는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출잔액은 12조2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3041억원) 줄었고, 대부업체 이용자 수도 동 기간 72만8000명에서 71만4000명으로 2.0%(1만4000명) 감소했다.

    대부업체들이 신규 대출 취급을 축소한 영향인데, 업계에선 대부업 이용자가 줄어든 만큼 불법사금융 또는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의 수가 늘어났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700점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급전을 대출해줄 수 있는 곳은 대부업밖에 없는데, 법정 최고금리가 현행에서 더 떨어진다면 대부업은 사라진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선한 의도로 내세운 정치권의 정책이 결국 서민들을 불법사금융으로 내모는 셈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선 금리가 낮아지면 차주의 신용도가 좋아지고 차주들이 더 지원받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현실은 그 반대고, 대출금리가 떨어지면 급전이 필요한 신규 차주는 제도권 범위에서 아예 빠져버리고 서민금융은 더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