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5일 파업 돌입… 민노총, 투쟁·줄줄이 예고기업체감경기 13개월 만에 최악… 트럼프발 리스크까지복합위기에 저성장 경고등… "파업, 집단 이기주의"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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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예고한 1차 총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해 9월 13일 오전 서울역 매표소에 파업으로 인한 열차 운행 조정 안내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벌어진 국가계엄령 사태의 경제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노동계의 동투(冬鬪·겨울철 투쟁)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의 복합 위기가 최고조에 치닫고 있다. 장기화된 내수 침체,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노조는 임금 인상 등 주요 요구사항을 쏟아내며 총파업에 돌입했다.5일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은 이날 오전 첫 열차 운행 시점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철도노조는 임금 2.5% 인상, 성과급 체불 해결 등을 요구해왔으나, 전날 막바지 교섭이 결렬되면서 총파업을 시작했다.파업 예고 기간 열차 종류별 평시 대비 운행률은 수도권전철 75%(출근 시간대는 90% 이상 운행), KTX 67%, 일반열차인 새마을호 58%, 무궁화호 62% 등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객 불편과 화물 운송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산업계 공급망을 연결하는 화물열차 운행이 철도노조가 재직 중인 코레일 소관이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인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1노조)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준법투쟁을 중지하기로 했으나 계엄 해제에 따라 6일 파업을 예고했다. 이날 사측과 본교섭이 결렬되면 6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총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는 금속노조와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등이 있다. 금속노조는 계엄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오는 11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과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도 6일 하루 전면 총파업을 하기로 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비상계엄 이후 사회적 대화 참여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이 참여를 재검토하고 있는 경사노위는 노동계, 경영계, 정부가 한 자리에서 만나 각종 노동현안을 다루기 위해 마련된 기구다. 현재 국내 유일한 사회적 대화 기구로 60세 이상 계속고용, 근로시간 개편 등 시급한 주제가 논의되고 있었다. -
- ▲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달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여의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반노동정책 심판! 2024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노동계의 동투가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를 벼랑 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복합 위기에 빠져 난항을 겪고 있다. 고환율·고금리 위기가 여전히 지속되는 상황에서 내년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조 전환으로 인한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성장률이 올해(2.2%)보다 낮은 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내년 성장률 예상치를 종전의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국내총생산(GDP)이 1.9% 증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2.0%를 밑도는 성장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시기인 2009년(0.8%),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5.1%), 2차 석유파동의 영향을 받은 1980년(-1.6%)을 제외하면 없었다.기업들은 체감 경기가 13개월 만에 최악 수준으로 나빠졌다. 지난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와 경제심리지수에 따르면 11월 제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한 90.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의 90.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하락폭도 8월(2.9) 이후 가장 컸다.
이로 인해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주요 기업들은 내년 투자 계획이 없거나 아직 수립하지 못한 상태다. 한경협이 지난 3일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500대 기업 투자계획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 중 68%는 투자 계획을 세우지 못했거나(56.6%)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 회복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실질소득은 전기보다 2.3% 증가했지만 실질 소비지출은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경기 침체에 따른 불안감이 커지면서 가계가 지갑을 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산업계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금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로 저성장이 굳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며 우리 기업들은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생존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면서 "공공성 강화를 주장하며 국민의 공공 이익을 저버리는 파업을 예고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합 위기 상황에서 계엄보다 파업이 경제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민주노총 등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진정한 마음으로 각자의 역할을 다하고 경제 정상화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