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정족수 미달로 '폐기'탄핵 불발에도 야당은 "탄핵안 지속 재추진"'리더십 공백'에 정책 좌초-준예산 편성 위기정국 불안에 환율 널뛰기… 1500원대 위협견고한 韓 국가신용등급에도 악영향 불가피
  • ▲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폐기됐지만, 야당이 지속해서 탄핵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국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도체 특별법이나 상속세 개편안 등 주요 경제 법안이 좌초되는 것은 물론, 헌정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까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비상등이 켜진 우리 경제에도 악영향을 최소화하고 국가신용등급 강등을 방어하는데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탄핵 부결에도 민주당은 "11일 재추진"…혼란 장기화

    8일 국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의결정족수 200명을 채우지 못해 본회의에서 폐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하면서 투표 불성립으로 최종 폐기 처리된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측에서 탄핵 재추진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정국 혼란에 따른 경제 불안 상황도 이어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 탄핵 표결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부결시 오는 11일 임시국회를 열어 탄핵을 재추진하겠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이 요구하는 탄핵은 반드시 가결될 거라고 확신한다"며 "12월10일 정기 국회가 종료되는데, 11일 임시국회를 열어서 탄핵을 재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속적인 윤 대통령 탄핵 추진에 힘을 실었다. 그는 "될 때까지 반복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계속 반대하겠지만 저는 이 과정 자체가 국민의힘이 얼마나 반국민적, 반국가적이고 내란수괴, 내란 범죄 행위에 적극 동조한 사실상의 공범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역사 속에서 증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실 실장, 수석비서관 등 참모진과 국무위원 전원이 일괄 사의를 표한 상태인 데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 "저의 임기를 포함하여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라고 밝힌 만큼 사실상 국정 공백 상황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었던 노동·교육·연금·의료 개혁도 예전만큼 강한 동력을 얻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점사업들도 후순위로 밀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야당과 대립각을 세웠던 동해 심해가스전 시추사업과 체코 원전 수출,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농업 4법도 지속해서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 국회 앞에 켜진 촛불. 241207 ⓒ연합뉴스
    ▲ 국회 앞에 켜진 촛불. 241207 ⓒ연합뉴스
    ◇ 野 단독 감액예산안 처리 가능성…내년 경제정책 방향도 의미 퇴색

    무엇보다 여·야 극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내년도 예산안도 막판까지 험로를 걷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야당은 정부안에서 4조1000억원을 삭감한 '단독 감액예산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0일까지 예산안 관련 합의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관련 논의는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이유로 야당의 '예산 폭거'를 들면서 향후 여·야가 원만한 합의에 끌어낼 여지는 더욱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삭감된 예산안이라도 연내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당정이 앞으로도 야당의 증액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감액예산안은 그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준예산 편성 가능성도 거론된다. 준예산은 직전 회계연도 마지막 날인 12월31일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할 경우 최소한의 정부 기능 유지를 위해 전년도에 따라 편성하는 예산이다.

    준예산이 편성되면 △공무원 인건비 △국고채 이자 △국민연금 △아동수당 △생계급여 등 기본적인 예산 집행만 가능하다. 상당수 복지재원 지출이나 재량 지출 등은 집행 제한이 불가피해진다.

    여·야 모두 준예산 시나리오에는 선을 긋는 기류지만, 탄핵정국이 장기화한다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 미국 달러. ⓒ뉴시스
    ▲ 미국 달러. ⓒ뉴시스
    ◇ 정치 리스크에 경제 전반이 흔들… 신용도 하방 압력 가중

    당장 탄핵안은 부결됐지만, 민주당이 지속해서 탄핵 재시도 계획을 밝힌 만큼 당분간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불확실성 속에서 요동칠 것이란 전망이 높다.

    외환시장의 경우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가뜩이나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원화 가치가 짓눌리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발표한 이후인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야간거래 장중 1440원대까지 치솟으며 고점을 기록한 바 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있었던 시기보다 국내 경제 체력 자체가 좋지 않다는 점도 우려사항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이 호황이었고 글로벌 경쟁력 우위를 점하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 속에 경제성장률도 2.9%였다.

    하지만 현재 국내 경제는 주력 산업들의 위기 속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내년 1%대가 전망되는 등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무선통신기기, 선박, 자동차, 철강 등 7대 사업이 중국에 경쟁력을 내준지 오래고 수출 점유율도 추월당했다.

    올해는 2.2%대 경제성장률이 전망되는 가운데 내년과 내후년까지 1%대 저성장이 굳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가채무도 9월 기준 1149조원으로, 1000조원을 넘어서 2016년의 거의 2배 수준이다.

    정치적 리스크로 그간 견고했던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도 타격이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정치적 리스크가 몇달간 지속할 것"이라며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신용도 하방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에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컨트롤타워를 가동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제언이 이어진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당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서 정부는 정부대로, 사법부는 사법부대로, 국회는 국회대로 국가와 국민 경제를 위해 혼신을 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계엄, 탄핵 같은 돌발 이슈로 국가 신인도가 흔들려 기업들이 위축되지 않도록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해 만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국가 거버넌스를 협치 위주로 간다면 행정부 기능이 마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