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에 원·달러 환율 2년1개월만에 최고치1500원대 가능성… 1%대로 잡은 물가 관리 비상최상목, F4 회의서 "시장 안정에 총력"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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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 폐기 이후 국정 혼란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고 있다. 환율 상승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악재다. 수입 물가를 자극해 가까스로 1%대로 안정되던 물가에 악영향을 끼치고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30.9원에 출발했다. 1430.9원은 장 시작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0월 25일(1444원) 이후 최고치다. 달러·원 환율은 이날 장 시작과 함께 1420~1430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일시적으로 1442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달러가 급등했던 지난 2020년 3월 19일(49.9원)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대폭이다.정부와 금융당국이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히며 자산가치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탄핵안 불발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전망을 145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설상가상으로 내년 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정책이 현실화하면 최악의 경우 1500원대 환율 시대까지 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박수연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1월 말까지 정치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며, "2016년 박근혜 정권 퇴진 당시 사례를 돌이켜 보면 최초 언론 보도부터 퇴진까지 약 46일이 소요됐고 현재 날짜에 단순 대입하면 내년 1월18일을 전후해 상황이 진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 1월20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달러 강세 시기에 원화 절하폭이 여타국보다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공행진 중인 환율은 소비자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출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수입물가지수는 한 달 전보다 2.2% 올랐다. 이는 8월(-3.5%)과 9월(-2.6%) 두 달 연속 하락한 뒤 석 달 만에 반등한 것으로 지난 4월(3.8%)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수입물가는 통상 한두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1% 초반대로 내려온 물가 상승률이 다시 들썩일 가능성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대 후반까지 갔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3월 3.1%로 정점을 찍었다가 4월(2.9%) 3% 아래로 내려온 뒤 2%대를 기록하며 둔화됐다. 이어 9월(1.6%)부터는 3년 6개월 만에 1%대로 내려왔고, 10월(1.3%)에는 2021년 1월(0.9%) 이후 4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후 11월(1.5%)까지 3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보였다.
문제는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실질 구매력이 약화시켜 내수 회복을 더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내수 상황을 나타내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올해 3분기(7~9월)에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부터 10분기째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1995년 이후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은도 고환율 국면이 지속될 경우 올해 12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다시 2%에 근접할 것으로 봤다. 김웅 부총재보는 지난 5일 물가 상황 점검 회의에서 "환율 상승 영향이 반영되면 물가상승률이 다시 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물가 경로는 환율·유가 추이, 내수 흐름, 공공요금 조정 등에 영향을 받으며, 연말·연초 기업 가격 조정의 물가 파급 효과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정부는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와 역량 총동원을 통해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를 열고 "최근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으나 우리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기초여건)과 대외건전성에 비해서는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향후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시장 안정 조치를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