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대표 등 경영진 기자회견MBK에 이사회 진입 등 화해 제스처"회사 경쟁력 강화, 미래 위한 결심"MBK '상호주 의결권 제한' 위법 주장양측 법적 분쟁 예고… 타협 가능성↓
  • ▲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4일 그랜드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4일 그랜드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에 대타협을 제안하고 나섰다. MBK·영풍 측과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회사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MBK와의 타협을 위해 노력하고 미래 성장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와 현 경영진이 공통의 목표, 즉 고려아연의 발전을 토대로 협력하고 신뢰할 수 있다면,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도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MBK 측에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박 대표는 “MBK가 원하신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 동북아 최대 사모펀드로서 쌓은 MBK의 노하우와 지혜는 고려아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면서 “MBK는 냉정함을 되찾고 우리의 말씀을 진중하게 듣고 고민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고려아연은 MBK 측에 대타협을 전제로 한 구체적인 제안을 몇 가지 내놨다. 이사회의 독립성과 견제기능, 다양성 강화의 순기능을 위해 이사회를 MBK에 전향적으로 개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MBK 측 추천 인사를 선임하고, MBK가 원한다면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는 것이다.

    MBK가 고려아연 측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MBK가 임시주총에 앞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꺼내 든 고려아연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에서 양측의 타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24일 오전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 회장 측이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되는 순환출자 방식을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한 것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범법자가 된 것”이라며 “공정거래법 위반 탈법 행위로 보고 최 회장, 박기덕 대표, 최씨 가문을 모두 형사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 (왼쪽부터)이제중 부회장, 박기덕 사장, 신봉철 노조 부위원장. ⓒ정상윤 기자
    ▲ (왼쪽부터)이제중 부회장, 박기덕 사장, 신봉철 노조 부위원장. ⓒ정상윤 기자
    지난 22일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은 영풍정밀과 최 회장 및 그 일가가 보유한 영풍 주식 19만226주(10.33%)를 575억원에 매수했다. 이에 ‘영풍→고려아연→썬메탈홀딩스→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형성됐고, 고려아연은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제도를 활용해 영풍의 의결권을 무력화했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에 따라 한 기업의 자회사가 그 모회사 주식 10% 이상을 소유하면 기업에 대한 의결권은 사라진다. 이에 고려아연 지분 25.42%를 소유한 영풍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도 0%이 된다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MBK 측은 의결권 지분경쟁과 집중투표방식 이사선임 등에서 열세에 놓인 최 회장이 자신의 자리보전을 목적으로 만들어낸 ‘탈법적 순환출자’ 유형이며, 순환출자 역시 공정거래법이 금지한 내용이어서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SMC의 영풍 주식의 취득 중지 및 처분, 형사고발 등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MBK 측이 타협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분쟁을 지속할 시 피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경영권을 반드시 수성,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고려아연의 역할, 위상과 청사진을 지켜나간다는 방침이다.

    박기덕 대표는 “MBK가 우리의 진심이 담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고려아연이라는 국가기간산업은 멍들고 직원과 지역사회의 피해가 계속되는 소모적인 전쟁을 계속한다면 전 임직원과 기술진, 노조도 절대로 그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ESG 경영을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고,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주주와 투자자, 협력 업체와 지역사회, 나아가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