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외신, 韓 '정치적 혼란' 생생히 보도 尹 구속에 폭력사태까지… 경제위기 전이"韓, 야당 주도로 가면 미국과 멀어질 수도"정상과의 친분 중시하는 트럼프, 韓 상황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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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하루 전인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승리 축하 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벌어진 정치적 혼란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으로 정점에 치달은 가운데, 이런 과정이 주요 외신을 통해 생생히 보도되며 대외신인도 하락이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이를 콕 집어 사실상 비꼬며 '코리아 패싱' 우려도 제기된다.20일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모두가 나를 혼란스럽다(chaotic)고 하지만 한국을 보라"고 언급한 사실이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하루 앞두고 나왔다. 이같은 발언이 나온 구체적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한국 내 상황과 관련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아울러 윤 대통령 체포, 구속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부지법 점령 등 폭력 사태가 외신을 통해 생생히 보도되면서 국격은 크게 훼손됐다.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에도 폭력은 없다고 호소해 온 정부의 노력에 금이 가면서 대외신인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진 것이다.19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수만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밖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외쳤다"며 "윤 대통령은 계엄령을 내려 한국을 수십 년 만에 최악의 정치적 혼란에 빠뜨렸다"고 보도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윤 대통령의 강경 지지자 중 다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추종자들의 문장을 가져와 미국 국기를 들고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라는 문구가 적힌 영문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면서 "이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2020년 미 대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2021년 1월6일 미 국회의사당을 습격했을 때 언급한 것"이라고 전했다.해외에서도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우려로 가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의 운명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한국 역시 정치적 혼란 속에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했다"며 "아직 많은 것이 불확실하지만, 관측통들은 북한의 공통된 안보 위협 속에 한국이 일본보다 중국에 훨씬 가까워지며 한·미·일 3각 파트너십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앞서 정부는 비상계엄 이후 국가신용도 유지를 위해 해외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S&P,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관계자들과 수 차례 만나 "모든 시스템이 정상 운영되고 있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글로벌 신평사들은 대체로 정부 설명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문제는 이번 사태로 '최소한 폭력은 없다'는 한국의 호소는 설득력을 잃었으며, 이는 경제적 손실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1년 1월6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미국 의회의사당 폭동으로 당시 미국 정부 회계사무소는 미국 경제가 27억달러(3조9344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평가했다. -
-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민생정책 신속집행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아가 트럼프가 최근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비꼰 사실이 전해지며 대외신인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발언이 나온 구체적 시점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한국 내 상황과 관련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사적인 농담이라고 해도 단순 농담으로 받아들이기엔 발언 주체가 가진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평가는 하나의 사건이나 한 인물의 평가를 통해서만 정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트럼프나 미국의 입장이 한국의 대외 평판이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트럼프의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의 대외신인도 하락은 이미 현실화돼 있다"면서 "트럼프의 발언은 현 상황에 대한 평가 정도이고, 이 때문에 대외신인도가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봤다.그러나 최근 트럼프가 "그를 탄핵하기를 멈춘다면 윤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다"는 언급을 한 게 전해진 만큼 윤 대통령 구속 상황에서 '코리아 패싱' 우려가 불거진다. 강 교수는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는 과거 트럼프의 노선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며 "한국 정세가 야당쪽으로 치우쳐진다면 미국과의 관계는 멀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특히 트럼프가 취임하면 최 권한대행이 공식적으론 트럼프와 명목상 동등한 카운터파트너가 되겠지만, 미국이 이를 인정해 줄지도 미지수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국제 사회는 단순한 비즈니스 관계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통상이 성립하려면 각국의 공식·비공식적인 부분이 갖춰져야 한다"며 "통상에서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이에 한국 정부는 최 권한대행을 필두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매주 월요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과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며 트럼프와의 만남과 전화 통화 등도 준비 중이다. 조 장관은 정상외교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 후보자와 만날 예정이다.다만 국내 정치적 혼란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높은 진입 장벽으로 각급 소통 채널 구축이 녹록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우리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처음 건넬 말과 선물 후보군을 수십 개씩 고민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는 등 두 정상 간 만남을 추진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수포로 돌아간 상황이다. 더군다나 트럼프가 정상간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지만, 한국이 정치적 소요 사태로 중요한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것도 우려사항이다.결국 현 시점 대미 외교에서 가장 큰 변수는 최 권한대행 이하 정부 고위 관료들이라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최 권한대행과 트럼프와의 관계는 단순 외교를 넘어 미국의 통상 정책과 주한미군 방위비 압박과도 결부되는 만큼 그의 외교 대응 능력이 시험대에 올라선 것이다.강 교수는 "최 대행부터 고위 관료들까지 정치보다는 경제와 국제통상에 힘을 써야 한다"며 "이미 늦은 상황이지만 고위급 채널을 최대한 활용해서 한국의 불확실성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