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불확실성 해소 효과로 환율 하향 안정화 기대2금융, 소호‧PF 대출 급증 우려 … 건전성 중점 관리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주요 금융그룹이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따른 국내외 정세변동과 금융시장 동향을 살피기 위해 긴급회의와 위기관리위원회를 잇따라 소집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에 이어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선고로 시장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은 단기적으로 소비·투자심리가 살아나 코스피가 오르고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는 등 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으나, 美 상호관세 여파와 내수 부진, 경제성장률 둔화 등으로 인해 과거보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가 주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헌재가 윤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자 환율은 143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주요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추가적인 환율 상승에 대비해 외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관리하고 환율에 취약한 중소 수·출입 기업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리스크 대응에 나섰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미국 상호관세 정책 발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등에 따른 시장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긴급 지주 임원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선 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한 자금시장 동향 및 환율 변동 추이 등 시장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탄핵 선고 이후인 이날 오후 각 그룹사들이 개별회의를 개최했다. 국내외 정책과 이에 따른 환율 변동성이 우려되는 만큼 외환‧자금 시장 등 유동성 리스크 모니터링 강화 등을 논의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이날 주요 관계사 임원들이 모여 위기상황관리협의회를 열고 리스크 상황을 점검했다. 주요 업무 담당자는 조기 출근 예정이며, 야간 특이사항 발생에 대비해 비상 대응 인력이 사무실에서 대기할 예정이다.

    금융권이 가장 우려하는 건 환율 변동에 따른 자본비율 영향이다. 

    금융지주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에 나선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주주 배당 여력을 좌우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금융지주의 CET1비율은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0.7~0.8bp(0.007~0.00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권은 헌재 탄핵 선고 이후 돌발적인 상황 발생으로 정국 불안이 가중될 수 있지만, 정치적 결과와 무관하게 불확실성 해소 효과로 환율이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서지용 상명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치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부 환율에서 나타나겠지만 최근의 달러 강세는 정치문제 때문만이 아니라 고물가와 경제 성장률 둔화, 내수부진 등 펀더멘탈 측면에서 원화 가치가 저평가된 영향이 크다“며 “정치 상황에 따른 영향은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 보험·저축은행업 등 2금융권에서는 윤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거시경제 측면에서 올해 보험업권의 최대 과제인 '자본건전성'에는 간접 영향이 미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우선 보험사는 위험률 차익(판매 보험금과 예정된 보험료 차이) 또는 보험료의 효율적 운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두 가지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데, 정치 상황에 따라 보험계약 유지율 등이 당장 크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업계와 전문가의 시각이다.

    하지만 보험사의 투자 전략은 재무건전성 핵심 지표인 킥스(K-ICS·지급여력)비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업권은 향후 정국의 전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별로 채권 또는 해외 부동산 등 투자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거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적극 활용하기도 하는데, 앞으로 정국에서 금리 기조 및 환율 등 변동에 따라 유연한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수익을 극대화 하면서도 킥스 비율을 당국의 권고 수준(130%) 이상 유지해야 하는 자산운용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투자 자산이 안정적이고 요구자본이 줄어들수록 높아진다.

    카드·캐피탈·저축은행업 등 금융사에 대해서도 자본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요구됐다.

    정치적 혼란이 해소 국면에 들어서더라도 우리나라 경제의 먹구름은 당분간 걷히기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2금융권의 경우 소상공인 대상 소호(SOHO) 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대출 상환 능력에 따른 부실 위험을 조기에 관리해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른다.

    또한 정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줄고 위축된 부동산 투자심리가 해소되면 PF 대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는데, 전문가들은 업권의 리스크 관리가 더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행의 경우 부실 자산이 발생하면 이를 유암코(UAMCO·연합자산관리회사) 같은 곳에 넘겨 일정 부분 털어낼 수 있지만, 2금융권은 부실 자산을 넘길 마땅한 기관이 없고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며 "추경(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한 정부의 빠른 재정 투입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이어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여신 심사 부분"이라며 "PF 대출 등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