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여당, 유통산업 규제 발의 … 오프라인 유통 위축면세·백화점까지 의무휴업·영업시간 제한 우려대형마트, 온라인에 식자재마트까지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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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마트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유통업계가 벼랑 끝에 서 있다. 티메프(티몬·위메프), 홈플러스, 발란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매장 철수, 인력 구조조정, 매각 등 생존을 위한 강도 높은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발 고관세 정책으로 고환율과, 규제 강화 등 외부 변수는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유통업계는 급변하는 소비 지형과 대외 리스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전환의 시점을 맞고 있다. [편집자주]탄핵에 이어 대선 정국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유통업계가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규제 완화 정책 변화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특히 민주당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연이어 발의하면서 가뜩이나 고물가와 대미 관세 등 어려운 외부 환경과 맞물려 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3년된 규제’ 유통산업발전법, 윤 정부서 손질 추진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전원 일치 의견으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6월 3일 새로운 대통령 선출을 위한 선거가 진행될 예정이다.윤 정부는 출범 당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규제개혁 과제로 삼았다. 실제로 올해 1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공휴일 지정 원칙을 폐기하고 새벽시간대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등 완화 조치를 이어왔다.현재 대형마트는 한 달에 두 번 있는 의무휴업일에 점포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주문 배송을 할 수 없다. 유통산업발전법 제정 이후 오프라인 영업 규제를 온라인 사업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맞다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있었기 때문이다.이해관계자와의 합의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전통시장 죽이기’ 프레임에 갇힌 상황에서 이를 활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10년이 넘은 유통산업발전법을 손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2023년 대구와 청주를 시작으로 지방자치단체들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까지 전국 229개 기초자치단체 중 80곳에 가까운 지자체가 대형마트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조례를 도입했다.서울에서는 지난해 1월 서초구를 시작으로 동대문구, 중구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했다. 동대문구와 중구는 인근에 경동시장과 남대문시장 등 전통시장이 자리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
- ▲ ⓒ연합뉴스
◇ 탄핵 정국에 유통업계 더욱 옥죈다반면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강화를 속속 발의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이후 발의한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달에는 민주당 민생연석회의가 ‘20대 민생과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윤 정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다수 의석 보유로 정책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이 규제에 목소리를 내면서 유통업계에서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뿐만 아니라 허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대형마트가 지역 협력 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도 대형마트가 지역 협력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장에게 등록 제한권을 부여하도록 한 유통법 개정안 내놨다.윤준병 의원은 준대규모점포(SSM)의 전통시장 반경 1㎞ 이내 출점을 제한하는 규제를 5년 연장하는 법안을,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백화점과 면세점도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법 개정안을 냈다.이미 대형마트를 통해 규제가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더 확대하는 것. 백화점과 면세점까지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대상이 포함된다면 오프라인 유통 전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이미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고까지 불렸던 면세점은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보복 여파로 인해 급격히 위축됐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까지 겹치면서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면세업계는 매출의 80%에 달하는 시내 면세점을 일부 통폐합하면서까지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주요 면세점 4사의 영업손실액은 2776억원에 이른다. -
- ▲ ⓒ산업통상자원부
◇ 온라인부터 식자재마트까지 … ‘사면초가’ 대형마트규제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면서 대형마트를 비롯한 유통업계는 고심이 커지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오프라인 사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2019년 19.5%에 달했던 대형마트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11.9%로 줄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배중은 41.4%에서 50.6%로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한정으로도 온라인이 15% 성장하는 대형마트는 유일하게 역성장(-0.8%)했다.대형마트는 오프라인에서도 식자재마트에 치이고 있다. 식자재마트란 식료품을 취급하는 1000㎡(302평) 이상 3000㎡(907평) 미만의 매장을 말한다. 매출이 100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경우 현행 유통산업발전법과 대규모유통업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식자재마트는 크게 성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푸디스트, 장보고식자재마트, 세계로마트 등 주요 식자재마트 3사 매출은 지난 10년간 최대 3배 가까이 뛰었다.대한상공회의소가 2024년 12월 26일에 발표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소매유통시장은 올해 대비 0.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코로나19 쇼크로 인해 극도의 불안에 휩싸였던 2020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유통업계 관계자는 “법이 시행된 것이 아니라 현재로서는 의견을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발의된 법안들의 내용을 보면 아직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