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처·재경부' 분리 검토 … 기재부 힘빼기 의도2008년 통합 이후 17년만에 기재부 쪼개기 시도대선 앞두고 민주당 '현금 살포성 예산' 추진 고집기재부 개편 가능성에 예산 편성 정치화 우려감 대두
  • ▲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연합뉴스
    ▲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연합뉴스
    오는 6월 3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 '대수술'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기재부가 지닌 예산·세제·정책기획 기능을 나눠 예산편성과 정책기능을 분산하겠다는 것이 민주당이 검토하는 개편안의 핵심이다. 민주당이 예산을 늘리려 할 때마다 막아오면서 '눈엣가시'로 여겨온 기재부의 권한을 분산시켜 힘을 빼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21일 관계 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제 부처들의 조직 개편을 논의 중인 가운데, 기재부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운영됐던 정부 조직 체계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2008년 통합 이후 17년만에 기재부를 다시 갈라 놓겠다는 시도인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재부의 예산기능을 신설되는 기획예산처로 이관해 대통령실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국가 예산 편성 등을 담당하고 기재부는 명칭을 재정경제부로 변경해 국고 수지를 총괄하고 금융위원회와 현 기재부의 국제 금융, 금융 정책 관련 업무를 맡게  한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관련 법안도 발의했다. 오기형·허성무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할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서 기획예산처는 예산·기금의 편성·집행·성과관리에 관한 사무 기능을 맡아 장관과 차관을 각 1명씩 두도록 했는데, 이는 기재부 권한을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로 되돌려 놓는 셈이다. 

    오 의원은 "2008년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의 통합으로 기재부가 출범한 이래 하나의 부처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기획예산처를 신설해 기재부의 예산기능을 기획예산처로 이관하고 기재부의 명칭을 재정경제부로 변경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재부의 예산·기능을 떼어내 기획예산처를 신설하는 방안은 이재명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대선 때부터 공약으로 제시해 왔었다. 이 후보는 그간 기재부의 권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공개적으로 드러내 왔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기재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의 상급 기관 노릇을 하고 있어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기재부의 제일 문제는 기획·예산·집행 기능을 다 가진 것으로, 그 문제를 교정해야 각 부처의 고유 기능이 살아난다"고 했다.  

    이 후보는 기획예산처를 대통령실 직속 기구로 둬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대선 당시에도 이 후보는 작심한듯 기재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며 "미국은 백악관에 예산실이 있다. 그런 것도 고려할 때가 됐지 않나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획예산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안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이 직접 기획예산 기능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예산 편성의 정치화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민주당에서 제기되는 기재부 분리론은 그동안 기재부가 예산 편성 과정에서 보편적 민생 지원금에 반대해 왔고 최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서도 규모를 두고 대립각을 세워오면서 재부상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를 키운다. 

    허 의원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기재부에 지나치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고 있으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등 자금을 유연하게 운용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국가부채 등의 사유를 들어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한 것 역시 궤를 같이 한다. 

    민주당은 12조2000억원의 추경안을 두고도 내수 진작 영역에서 반드시 증액해 추경 규모를 15조원까지는 확대해야 한다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대규모 산불 등으로 지역 경제 어려움이 확산되고 있어 시급한 추경 통과를 통한 현안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지역화폐 예산을 포함해 추경 규모를 증액해야 한다며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현금살포성 민생지원금 등 각종 포퓰리즘 정책이 통화량을 증가시켜 물가를 끌어올리고 결국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침체된 내수를 되살리겠다는 주장이나 3년 연속 세수 펑크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재정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지역화폐 등 선거용 선심성 예산을 고집하는 것은, 나라 곳간은 아랑곳하지 않고 표심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예산은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집행돼야 하는데, 대통령실 직속으로 기획예산 기능을 두게 되면 중립성이 훼손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예산은 반드시 편익 분석과 경제적, 효울성에 입각해 배분돼야 하는 만큼 정치 논리가 개입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