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기재부 조직 쪼개기 언급 … 野 의원들도 잇단 법안 발의 제왕적 대통령제·포퓰리즘 우려 … "베네수엘라 꼴 난다"美 관세 대응 구멍에 조직 융화 및 산하기구 정비 문제도예산조직 대통령 직할 시도에 "예산편성 중립성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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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재정부 세종청사 현판. ⓒ뉴데일리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편성 기능을 가진 기획예산처 분리를 재시사하면서 대통령 직할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제왕적 대통령제'와 함께 향후 '포퓰리즘' 정책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기획재정부가 정부 부처의 왕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상당 부분 공감한다"며 6·3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대적인 기재부 개혁에 착수할 것임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이 후보는 "기재부가 경제 기획에 더해 재정도 컨트롤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된 것은 남용의 소지가 있다. 세부적인 안은 나중에 내겠다"고 부연했다. 현재까지는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떼어와 기획예산처를 신설하고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지난 대선 당시에도 이 후보는 기재부에 대한 비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대통령 직속 기획예산처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기재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의 상급 기관 노릇을 하고 있어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은 백악관에 예산실이 있다. 그런 것도 고려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민주당에선 최근 관련 법안을 발의하며 이 대표의 발언을 뒷받침하고 있다. 오기형·허성무 민주당 의원은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할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서 기획예산처는 예산·기금의 편성·집행·성과관리에 관한 사무 기능을 맡아 장관과 차관을 각 1명씩 두도록 한다.지금의 기재부는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가 통합해 출범했는데 민주당의 구상대로라면 기재부 권한을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로 되돌려 놓는 셈이다.이날 정일영 민주당 의원 주관으로 열린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에서도 기재부를 3분할 하거나 예산 기능을 대통령실로 이관하자는 등의 다양한 개편안이 쏟아졌다. 토론회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은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재정경제부로 분할하고 금융위원회를 금융부로 격상해 기재부 금융 기능을 이관받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예산 편성 기능이 대통령실에 있어야 한다" 등 주장을 펼쳤다.다만 이처럼 대통령실이 예산 편성 권한까지 가질 경우 우려되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함께 포퓰리즘 정책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형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앞선 논평에서 "사실상 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실 산하에 예산실을 두고 국가 예산을 직접 주무르겠다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베네수엘라화 급행열차에 시동을 건 꼴"이라고 비판했다.현장에서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는 상황에서 신설 조직 융화와 직제 및 산하기구 정비 문제가 있는 만큼 조직 개편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정부조직법 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처리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점차 늘어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최대 51일이 소요됐는데, 자칫 조직 개편이 정책 우선순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기재부 관계자는 "조직 개편에 따른 순기능이 있겠지만 미국 관세 등 대내외적으로 방어태세를 구축할 시기에 주요 부처 기능을 축소하는 것은 부작용으로 다가올 수 있다"며 "단순히 직원들의 적응 문제가 아닌 새로운 시스템의 적용 문제"라고 짚었다.기획예산처를 대통령실 아래에 두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기획예산처가 대통령실 아래에 놓일 경우 중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예산 편성에서 정치적 입김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기재부가 비대해진 상황에서 조직 개편을 검토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우리나라 정부조직법상 '처'는 총리 직할이라 대통령 직속으로 예편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