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법원, 프랑스 EDF 가처분 신청 인용해"EDF 제기 소송 마무리될 때까지 계약 미뤄야"정부·국회 대표단 이미 현지 도착 상황서 날벼락체코 발주처, 법적 대응 시사 "손해배상 청구할 것"
  • ▲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4개의 모습. ⓒAP/뉴시스
    ▲ 체코 두코바니에 있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의 냉각탑 4개의 모습. ⓒAP/뉴시스
    26조원 규모에 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계약이 최종 서명을 하루 앞둔 6일 현지 법원의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수주 경쟁사였던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낸 한수원의 두코바니 신규 원전 계약에 대한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인용하면서다. 

    6일 로이터 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체코 브루노 지법원은 EDF의 이의제기를 이유로 한수원과 체코 전력공사(CEZ) 산하 발주처인 EDUII 간 계약 서명을 일시 중단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EDF는 지난 2일 한수원이 수주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있다면서 체결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이유에 대해 "계약이 먼저 체결된다면 추후 EDF가 법원에서 유리한 판결을 받더라도 공공 계약을 따낼 기회를 잃게 된다"며 중단 결정에 배경에 대해 회복 불가능한 손해를 방지할 필요성을 들었다. 

    업계에서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체코 경쟁 보호청(UOHS)이 이미 EDF의 소송을 기각한 바 있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수원은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건설 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돼 7일 본계약에 서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EDF가 낸 이의제기 절차가 마무리될 때 까지 계약 서명은 보류될 것으로 보여 예정된 일정 내 본계약은 불투명해졌다. EDUII도 반발하며 EDF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한 상태로 향후 손해배상 청구도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곤혹스런 상황이 됐다. 정부·국회 대표단은 본계약 체결식 참석을 위해 6~7일 일정으로 체코를 방문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이미 체코에 도착했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프라하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 탑승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측 대표단은 대통령 특사단으로 임명된 안덕근 산업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강인선 외교부 2차관, 김성섭 중소벤처기업부 차관, 최원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한다.

    국회에서는 이철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을 비롯해 박성민·강승규·박상웅 국민의힘 의원,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 등이 특별 방문단으로 동행한다.

    대표단은 체코 총리 및 상원의장을 만나 양국간 원전산업 협력을 매개체로 인프라, 첨단산업 등 양국이 보다 전략적이고 포괄적인 관계로 발전될 수 있는 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한수원은 "이번 가처분은 체코 법원이 최종 계약 절차를 잠정 중단시킨 것"이라며 "발주처와 함께 향후 대응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프라하에서 남쪽으로 220㎞ 떨어진 두코바니와 130㎞ 떨어진 테믈린에 각각 2기씩 총 원전 4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이 중 이번 본계약은 두코바니 지역에 설비용량 1000㎿ 규모 가압 경수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것이다. 

    총 4000억 코루나(26조2000억원) 규모의 두코바니 5·6호기는 확정하고 테믈린 3·4호기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 추후 결정할 예정이었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의 신규 원전 수출이 성사된 것이자 첫 유럽시장 진출 사례로 주목받았다. 

    체코 원전은 수주 과정에서 잡음이 잇따랐다. 지난해 프랑스와 미국이 UOHS에 이의를 제기했고 UOHS는 그해 10월 이들 국가의 주장을 한 차례 기각했다. EDF 항소도 지난달 24일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는 지식재산권 분쟁이 지속됐으나 지난 1월 분쟁 종결에 합의했다. 

    이후 체코 정부도 한수원의 수주 확정을 발표하는 등 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지만, EDF 측이 최종 계약을 막기 위해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체코 원전 계약은 당분간 안갯속에 빠지게 됐다. 

    다만 체코 법원의 가처분 결정으로 이번 일정이 어그러지더라도, 체코정부와 EDUII의 추진 의지가 큰 만큼 이번 수주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부 전문가들은 프랑스 감사원 측에서 EDF에 원전 수출 금지를 권고하면서 이번 수주 계약이 절박해진 만큼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겠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도 법원 결정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계정을 통해 "입찰 평가 절차는 관련 법률에 따라 올바르게 수행됐다"며 "법원이 모든 맥락과 위험을 알고 있고, 또 신속하게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일정 지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체코 현지 전문가들은 EDF를 포함한 모든 분쟁 당사자가 협조할 경우 체코 법원이 6~8주 안에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정식 재판이 진행되면 6~8개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29년 착공해 2037년 완공한다는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